헌재 "처벌형량 범위 좁아도 유족 기본권 침해할 가능성은 적어"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세월호 참사 당시 200명이 넘는 탑승객을 사망하게 한 이준석 선장의 행위를 여러 건이 아닌 '한 건'의 범죄로 보고 약하게 처벌한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한 유족들의 헌법소원이 각하됐다.
각하란 소송이나 청구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제기된 경우 주장의 실체를 판단하지 않고 그대로 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헌법재판소(소장 김이수 권한대행)는 31일 대한변호사협회 세월호참사특별위원회가 희생자 194명의 유족을 대리해 "이 선장의 1심에 적용된 형법 40조 '상상적 경합' 조항의 위헌성을 확인해달라"고 낸 헌법소원을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각하했다.
헌재는 "심판대상 조항으로 청구인들의 기본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청구는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유족 측은 이준석 선장에 대한 1심 선고 후인 2015년 "세월호 참사처럼 여러 명을 사망하게 한 범죄에 상상적 경합을 적용해 1명을 사망하게 한 것과 다를 바 없이 처벌하는 것은 피해자에 대한 이유 없는 차별"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살인죄로 무기징역이 최종 확정된 이 선장은 1심 당시엔 살인죄가 인정되지 않고 상상적 경합에 따라 유기치사죄 30년 등 징역 36년을 받았다.
상상적 경합 조항은 하나의 행위가 여러 범죄에 해당할 때 가장 무거운 죄에 해당하는 형으로 처벌하라고 규정한다. 이를 적용하면 이 선장 사례처럼 피해자 수백 명이어도 수백 건이 아닌 한 건의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간주해 형량에 상한선이 있다.
이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피해자 수가 많을 때는 징역 수백 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형법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다만 헌재는 이 같은 형법 체계의 특성과 유족의 기본권 사이엔 큰 관계가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현재의 처벌 방식을 채택해 처단형의 범위가 넓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이로 인해 피해자들의 부모인 청구인들의 법적 지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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