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구진 세종실록 속 천문현상 '네이처'에 발표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100년도 살지 못하는 사람이 기나긴 별의 역사를 알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최근 국제연구진이 조선왕조실록 중 '세종실록'에 실린 기록을 통해 별이 약 600년 전에 겪은 현상을 알아냈다.
미국 자연사박물관과 영국 리버풀존무어대, 폴란드과학아카데미 등이 참여한 국제연구진은 작년에 관측한 별이 세종실록에 기술된 객성(客星·손님별)'과 동일한 별임을 확인하고, 관측기록을 통해 이 별에서 '신성'(新星·nova) 현상 등이 일어났음을 찾았다고 31일 밝혔다.
현대 천문학의 관점에서 보면 신성은 쌍성을 이루는 백색왜성이 짝별(동반성)에서 수소 가스를 끌어들여 '폭발'하는 현상이다. 신성보다 폭발 규모가 작은 '왜소(矮小)신성'(dwarf nova) 현상도 있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렸다.
작년 6월 연구진은 전갈자리에 있는 한 별을 둘러싼 가스 구름을 관측했다. 또 이 별에 대한 1919∼1951년의 관측 기록을 미국 하버드대에서 찾았다.
연구진은 이 기록들을 바탕으로 별이 움직인 방향과 속도를 계산한 결과, 조선의 천문학자들이 1437년 세종실록에 기술한 별과 동일한 것임을 확인했다.
세종실록 76권에는 "객성(客星·손님별)이 처음에 미성(尾星)의 둘째 별과 셋째 별 사이에 나타났는데, 셋째 별에 가깝기가 반 자 간격쯤 되었다. 무릇 14일 동안이나 나타났다"고 세종 19년 2월 5일(1437년 3월 11일)의 밤하늘이 자세히 묘사돼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기록에 나타난 '객성'은 '신성' 현상을 가리킨다.
이어 연구진은 1934년, 1935년, 1942년에는 이 별이 왜소신성 현상을 일으켰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그간 신성 폭발이 일어나고 다음 신성 폭발이 일어나기까지 별이 어떤 상태를 지나는지 알지 못했는데, 이 사이에 왜소신성이 수차례 발생한다는 것을 최초로 확인한 것이다.
한국천문연구원 김상철 박사는 "별 하나의 신성 폭발과 신성 폭발 사이에 왜소신성 현상을 일으키는 것을 지켜볼 방법이 없었는데, 이번 연구에서 시간에 따른 별의 진화양상을 밝힐 수 있었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이어 "이 연구에 쓰인 자료 중 1437년과 1930년대 자료가 꼭 필요했다"며 "세종시대 천문학자들이 남긴 자세한 천문기록이 현대 천문학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것이며, 우리 조상들의 과학 기록 유산이 얼마나 훌륭한 것이었는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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