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출신 유엔보고관 향한 두테르테 욕설에 반박 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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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출신 유엔 보고관에게 욕설을 섞어가며 인신공격을 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에게 프랑스 대사관이 이례적으로 법치주의를 지키고 사법권을 정당히 행사하라고 일갈했다.
프랑스 언론들에 따르면, 마닐라 주재 프랑스 대사관은 30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1789년 프랑스 인권선언에 명시된 무죄추정의 원칙은 필리핀과 마찬가지로 프랑스에서도 사법체제의 근간을 이룬다"고 밝혔다.
프랑스 대사관은 이어 "프랑스는 필리핀을 포함한 모든 나라에서 법치주의, 정당한 사법절차, 인권존중의 중요성을 강력히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최근 필리핀 경찰이 마약 용의자인 17세 고교생을 사살하는 등 필리핀의 범죄소탕전에서 용의자들이 재판도 받기 전에 경찰 손에 목숨을 잃는 경우가 빈발하는 것을 비판한 것이다.
프랑스 대사관이 이처럼 이례적으로 주재국의 형사 절차를 비판한 성명을 낸 것은 최근 두테르테 대통령이 프랑스 출신 유엔 보고관에게 거친 욕설을 써가며 비난한 것과 관련이 있다.
지난 28일 아녜스 칼라마르 유엔 즉결처형 특별보고관이 트위터에서 최근 경찰에 사살된 고교생 키안 로이드 델로스 산토스의 죽음을 "살인"으로 표현한 것이 두테르테를 자극한 것이다.
칼라마르 보고관이 산토스의 죽음이 두테르테의 유혈 마약전쟁에서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면서 유족들에게 애도를 표하자, 두테르테는 "어디서 감히 나를 겁박하느냐"면서 여성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거친 욕설을 퍼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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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특히 칼라마르 보고관이 프랑스 출신인 것을 알고는 "프랑스는 거의 무제한으로 용의자를 구금한다. 용의자에게 죄가 있다고 추정하고 무죄를 증명하라고 한다"며 칼라마르 보고관을 "멍청이"라고 했다.
프랑스 측의 성명은 두테르테가 "프랑스는 '유죄추정'을 한다"면서 사실과 반대되는 발언으로 자국 출신 유엔 고위관리에게 인신공격한 데 대한 반박인 셈이다.
프랑스 대사관의 성명 내용을 전해 들은 두테르테는 또다시 발끈했다.
그는 "우리의 법은 강력한 응징으로, '눈에는 눈, 이에는 이'다. 그게 정글의 법칙이다. 법을 어기고 살인하면 목숨으로 갚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필리핀의 사법체계를 모른다고 비난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필리핀에서는 작년 6월 말 두테르테 집권 이후 3천500명 이상의 마약용의자가 경찰에 사살됐다.
자경단이나 괴한 등의 총에 맞아 숨진 마약사범까지 포함하면 사망자가 1만 명이 넘을 것이라는 추산도 나온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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