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두산 베어스의 4번 타자 김재환(29)만큼 욕 많이 먹는 야구 선수도 흔치 않다.
그는 잘할수록 더 많은 비판을 받는다. '금지약물 복용' 전력 때문이다.
김재환은 2011년 10월 도핑 테스트에서 금지약물 성분이 검출됐고, 2012년 10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받았다.
오래전 얘기지만, 공정한 스포츠맨십을 바라는 팬들의 여론은 김재환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그 역시 오점을 인정한다. 지난 8일 KBO리그 최초로 12경기 연속 타점 기록을 세운 날 "영광스러운 날이지만, 죄송한 마음이 크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다시 시간이 지나 두산과 롯데가 맞붙은 30일 서울 잠실구장.
왼쪽 외야 관중석에서 두산 팬들이 펼쳐진 플래카드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우리 선수는 우리가 지킨다! 재환아! 니(네)뒤에는 우리가 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 주변에서 김재환 유니폼을 입거나 든 팬들이 그를 열렬히 응원했다.
이들의 바로 앞 그라운드에서 수비를 보는 두산의 주전 좌익수는 김재환이다. 하지만 이날은 지명타자로 출전하면서 멀리 더그아웃과 타석에서만 응원 문구를 봤다.
두산 팬들이 새삼 이런 플래카드를 준비한 것은 전날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 때문이다.
양 팀이 5-5로 맞선 7회 말 3루에서 김재환의 아웃 여부에 대해 논란이 발생했다. 3루심은 아웃 판정을 내렸다가 세이프로 정정했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그라운드로 나와 항의했지만, 세이프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일부 롯데 팬들이 8회 초 롯데 공격을 앞두고 좌익수 김재환 뒤쪽으로 몰려가 야유와 욕설로 그를 괴롭히면서 잠시 경기가 중단되기도 했다. 3루 응원석에 있던 롯데 팬들은 '약재환'을 소리높여 외쳤다.
김재환의 금지약물 복용 전력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결코 성숙한 관전 태도는 아니었다.
이런 꼬리표는 김재환의 야구 인생 내내 따라다닐 가능성이 크다.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비난을 극복하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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