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백혈병 유전자 치료법을 최초로 승인했다.
FDA는 면역세포에 암세포를 죽이는 유전자를 넣어 B세포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B-cell ALL: acute lymphoblastic leukemia) 환자에 주입하는 유전자요법을 승인했다고 뉴욕 타임스 인터넷판 등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펜실베이니아대학 연구팀이 개발한 것을 노바티스 제약회사가 라이선스받아 만든 '킴리아'(Kymriah)라는 이름의 이 유전자요법은 비정상 유전자를 정상 유전자로 바꾸는 전통적인 방식과는 달리 환자로부터 채취한 면역세포인 T세포에 혈액암 세포를 공격해 죽이도록 명령하는 새로운 유전자를 넣어 환자에게 다시 주입하는 것이다.
표준 치료법이 듣지 않거나 재발한 소아와 청소년 중증 환자 63명에게 이 치료법을 임상 시험한 결과 3개월 안에 83%가 암세포가 사라졌다. 이는 중증 백혈병 환자에게는 매우 높은 관해율이다.
2012년 6살 때 죽음이 임박한 상태에서 필라델피아 아동병원에서 최초로 이 치료법을 시술받은 에밀리 화이트헤드는 12살이 된 현재 5년 넘게 생존해 있다.
이 유전자 치료를 받으려면 먼저 면허를 받은 메디컬센터에 가야 한다. 메디컬센터는 환자의 혈액에서 T세포를 채취, 냉동해 뉴저지 주 모리스 플레인즈에 있는 노바티스 사로 보낸다.
노바티스 사는 이 T세포에 새로운 유전자를 주입, 증식시켜 냉동한 다음 다시 메디컬센터로 보내 환자에게 주입하게 된다. 이 과정에 22일이 소요된다.
노바티스 사는 1개월 안에 우선 20개 메디컬센터를 시술 의료기관으로 지정하고 금년말까지 32개로 늘릴 계획이다.
시술 과정에서 면역체계가 과잉반응을 나타내는 이른바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시술이 허가된 의료기관은 이 심각한 부작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과 약(톨리시주맙)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사이토카인 폭풍'으로 고열, 저혈압, 폐울혈, 신경장애 같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비는 환자당 47만5천 달러로 엄청나게 비싸지만, 환자의 대부분은 의료보험 급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노바티스 사는 의료보험이 없거나 보험 급여가 치료비에 못 미치는 환자를 위한 지원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ALL은 골수에서 미성숙 백혈병 세포가 대량 만들어져 혈액 속으로 방출되면서 건강한 백혈구와 적혈구, 혈소판이 부족해지는 혈액암이다. 이 때문에 비정상 출혈과 빈혈이 나타나고 감염에 약해지게 된다.
ALL 환자는 표준 항암치료로 대체로 증상이 멎는 관해가 나타나지만 15~20%는 표준 치료가 듣지 않거나 재발한다.
노바티스 사는 '킴리아' 치료법의 적응증 범위를 넓혀 또 다른 형태의 혈액암인 비호지킨 림프종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금년말 FDA에 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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