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휘청이던 제주재래닭 종 보존사업 제동목장이 지켰다

입력 2017-08-31 11:18  

AI로 휘청이던 제주재래닭 종 보존사업 제동목장이 지켰다

살처분으로 씨마른 축산진흥원에 재래닭 병아리 700마리 공급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지난 6월 제주가 자랑하는 5대 토종 가축 가운데 하나인 제주재래닭의 종 보존사업에 큰 위기가 닥쳤다.





6월 2일 최초 신고 후 45일간 진행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의 전쟁에서 제주도 축산당국은 발병농가를 중심으로 반경 3㎞ 이내 34개 농장에서 기르던 가금류 14만5천95마리를 살처분했고, 그 대상에 제주도 축산진흥원에서 키우던 제주재래닭 572마리도 포함된 것이다.

도 축산진흥원의 재래닭들이 AI에 감염된 것은 아니었지만, 제주도의 선제·예방적 살처분은 공들여 보존해오던 제주재래닭들도 예외 없이 적용됐다.

1986년 수소문 끝에 농가로부터 제주재래닭 암수 26마리를 사들여 개체 수를 불리며 종 보존을 위해 노력해왔던 축산진흥원은 인근 양계농가에서의 AI 발병으로 인해 30여년 노력이 물거품 되는 쓰라림을 맛봤다.

하루아침에 제주재래닭들을 잃게 된 축산진흥원은 종 보존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한 농장을 주목, 도움을 요청했다.

그곳은 한라산 중턱인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해발 400m에 있는 제동목장.

2008년부터 닭을 사육한 제동목장은 현재 1만 마리의 토종닭을 키우고 있으며, 순수 혈통의 제주재래닭도 2천 마리나 보유하고 있다.






축산진흥원은 제주재래닭 농장 가운데 가장 사육환경이 좋고 혈통 관리가 잘 이뤄지는 제동목장의 제주재래닭을 들여와 종 보존사업을 이어가기로 했다.

제동목장은 무항생제 사료와 천연 암반수, 자체 재배한 파프리카 등을 먹여 제주재래닭을 키우는 곳으로 유명하다.

자체 시설에서 부화한 병아리들은 비타민과 미생물제제를 먹고 면역성을 갖게 되는 45일이 지나면 방사장으로 나간다.

친환경 사육밀도 기준이 적용된 공간에 방사된 제주재래닭들은 계사 안팎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흙 목욕'을 통해 스스로 기생충을 없애며 면역력을 높인다.

제동목장은 이러한 방식으로 제주재래닭의 사육 기간 내내 살충제, 항생제, 착색제, 성장·산란 촉진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

축산진흥원의 어려운 상황을 잘 아는 제동목장은 이달 초 진흥원에 병아리 상태의 제주재래닭 700마리를 지원했다.







임종도 제동목장장은 "축산진흥원의 제주재래닭 종 보존사업에 기여하게 돼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제주재래닭을 건강하게 키우는 데 더욱 노력할 뜻을 밝혔다.

도 축산진흥원 관계자는 "도 전역의 질병 발생 등 최악의 상황에 대비, 제주재래닭의 생식세포 외부 위탁을 비롯한 추가적인 종 보존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강원도 평창 국립축산과학원의 양계 시설 등을 둘러보고 구체적인 보존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약 2000년 전 제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제주재래닭은 몸집이 작고 가볍지만 날개가 강해 나는 힘이 좋다. 턱과 얼굴 주위에 흑색 깃털이 나 있다. 성장은 더디지만, 육질이 좋아 뛰어난 맛을 갖고 있다.

ji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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