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中석유공룡 시노펙의 나이지리아 뇌물의혹 조사"

입력 2017-08-31 11:01  

"美정부, 中석유공룡 시노펙의 나이지리아 뇌물의혹 조사"

"스위스 자회사가 1억달러 건넨 의혹…아직 조사 초기 단계"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미국 정부 당국이 나이지리아 정부 관리들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중국 국유 석유회사를 조사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31일 보도했다.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중국석유화공그룹(中國石化·시노펙)이 사업상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나이지리아 정부 관리들에게 1억 달러의 뇌물을 제공했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이를 조사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2명의 소식통은 시노펙의 브로커로 활동하는 외부 변호사들이 뉴욕과 캘리포니아주의 은행들을 통해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시노펙의 자회사 아닥스 페트롤리엄의 자금을 나이지리아에 송금한 의혹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소식통은 문제의 자금은 나이지리아의 석유 개발 사업을 둘러싼 아닥스와 현지 정부의 분쟁을 해결하려는 의도에서 전달된 것이라고 전했다.

시노펙은 2009년 원자재 거래의 국제 허브인 제네바에 교두보를 마련하고 아프리카 석유개발 사업에 진출할 목적으로 아닥스를 78억 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SEC는 로스앤젤레스 지부를, 법무부는 현지 지검을 통해 각각 시노펙의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다만 당국의 조사는 초기 단계에 있으며 모종의 조치가 임박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소식통들은 해외부패방지법(FCPA) 위반 사건을 관할하는 미국 법무부 내부조직에서 최소 1명의 검사가 면담 조사를 위해 로스앤젤레스에 출장한 사실이 있다고 전했다.




해외부패방지법은 워터게이트 스캔들이 터진 것으로 계기로 1977년 도입된 것으로 기업들이 사업상의 이익을 위해 외국 공직자들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시노펙은 미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석유터미널을 임차, 운영하고 있으며 이 회사 주식은 2000년부터 홍콩과 런던, 뉴욕 등 역외 증시에서 거래되고 있다. 미국 당국의 이번 조사가 시노펙의 미국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현재로서는 불확실하다.

의혹에 휘말린 아닥스는 나이지리아와 협약을 맺고 현지에서 석유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다. 협약의 내용을 알고 있는 소식통들은 아닥스가 부속 협약에 근거해 2001년부터 나이지리아 정부로부터 세금 감면과 자본지출의 일부를 환급받고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2014년 나이지리아 정부가 부속협약을 더는 적용하지 않기고 결정하고 아닥스에 지급한 30억 달러의 특혜 자금을 환불할 것을 요구하면서 문제가 비롯됐다는 것이다.

2014년말 아닥스는 이에 불복, 나이지리아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이와 함께 나이지리아 국영 석유회사가 당초 정해진 몫보다 더 많은 원유를 분배받았다고 주장하며 최소 10억 달러의 환급을 청구했다.

양측 사이에 뇌물이 오갔다는 의혹은 올해 1월 국제 회계법인인 딜로이트가 아닥스의 회계 감사를 그만두겠다고 발표하면서 표면화됐다.

2015년 나이지리아의 건설사업을 맡은 한 건설회사에 지불한 8천만 달러의 용도에 대해 아닥스로부터 만족할만한 해명을 얻지 못했다는 것이 딜로이트가 회계감사를 포기한 이유였다.

한 소식통은 8천만 달러의 자금 가운데 상당 부분이 지급된 직후인 2015년 5월 25일 아닥스와 나이지리아 정부는 화의안을 마련하고 현지 고등법원으로부터 승인을 얻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화의안은 임기 만료를 사흘 앞뒀던 굿럭 조너선 대통령이 검찰총장의 요청을 받아들여 재가했다. 부속협약의 효력을 인정해 아닥스에 30억 달러의 환불을 요구했던 것을 사실상 무효화하는 것이 골자였다.

조너선의 뒤를 이은 무함마두 부하리 대통령 정부는 원래 조항은 인정하되 2016년 1월 1일자로 그 효력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아닥스는 이에 따라 2016년 이후에 받게 돼 있던 최소 10억 달러의 감세와 환급금을 놓치게 됐다.

딜로이트는 2015년 이후에도 아닥스가 나이지리아와 미국에서 활동하는 "법률 자문인들"에게 2천만 달러가 넘은 돈을 지불한 사실도 파악했다고 주장했다.

딜로이트는 아닥스 내부는 물론 외부에서 많은 제보를 받았다고 밝히면서 이 가운데는 외국 정부 관리들을 구워삶기 위해 돈을 주었으며 일부는 아닥스 경영진의 일부가 횡령했다는 주장도 있었다고 말했다.

아닥스의 의혹은 올해 2월 스위스 검찰에서도 조사했으나 4개월 만에 기소 없이 종결됐다. 그 한 달 뒤인 8월 8일 시노펙은 아닥스의 제네바사업부와 스코틀랜드 애버딘, 미국 휴스턴의 사무소를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jsm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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