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황금알 낳는 거위?"…공장은 드문드문 잡초만 무성

입력 2017-09-02 09:15   수정 2017-09-02 13:28

[르포] "황금알 낳는 거위?"…공장은 드문드문 잡초만 무성

막대한 조성비 들여 인프라 갖춘 산업단지 무더기 미분양

[※편집자 주 = 한때 산업단지 개발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비유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인식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포장돼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무한 개발 경쟁의 장으로 내몰았습니다. 구체적인 계획이나 입지분석조차 없는 산단 지정과 개발 경쟁을 빚었고, 이는 결국 난개발 등 갖가지 부작용과 후유증을 초래합니다. 무차별 개발 후유증은 지방산단으로 분류되는 일반산업단지와 농공산업단지에서 더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지방 산단과 농공단지 현황, 문제점, 대책을 점검하는 르포와 기획기사 2건을 송고합니다.]


(군산·순천=연합뉴스) 최영수 형민우 기자 = 전북 군산시에서 익산시 방향으로 쭉 뻗은 왕복 4차로를 타고 20분 정도를 달리면 오른편으로 드넓은 농지 같은 곳이 보인다.

분양률이 30%대인 임피산업단지다.

분양이 안 된 유휴지는 어른 키만 한 풀들이 자리를 잡아 흡사 작물을 키우는 논밭처럼 보인다.

단지 주변에는 작은 공장 몇 개가 드문드문 자리하고 있다.


드넓은 단지(23만9천㎡)에 공장 건물은 듬성듬성 15동 남짓 돼 보였다.

산단 일대를 돌다가 1시간 만에 처음 만난 사람이 식당 주인이다.

50대 여주인은 "들어온 공장이 얼마 안 되니 이곳에서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지. 그러니 식당인들 잘 되겠냐"며 한숨을 짓는다.

그는 "공장 분양이 잘 될 줄 알고 2년 전쯤 식당을 열었죠. 주변에 식당 예닐곱 개가 있는데, 공장 몇 개만 가동하니 장사가 잘 될 리가 없지. 밤이면 주변에 인적이 드물어 무섭기도 하죠"라며 한숨을 쉬었다.

여주인은 식당을 접을까 고민한다고 말했다.

임피산업단지는 기업유치, 농촌지역 균형발전, 농가소득 증대 등을 위해 군산시가 논밭을 사들여 도로, 전기, 상하수도 등 기반공사를 해 만들었다. 총 180억원을 들였다.

이곳은 군산∼익산 산업도로(국도 27번 군익로)와 접하고, 서해안고속도로 동군산IC까지 차로 5분도 걸리지 않아 접근성과 물류수송 여건이 뛰어나다.

분양가도 1㎡당 11만4천800원으로 낮아 금세 계약이 다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조성 3년이 지난 현재 분양률은 33%로 저조하다

33필지로 나눈 단지에 입주를 마친 업체는 겨우 9곳에 불과하다.

저조한 분양은 경기침체가 큰 원인이고 입주업종을 자동차, 기계 부품, 조선, 전기장비 제조업체 등으로 제한한 탓도 있다고 한다.

분양이 차질을 빚어 예산 낭비, 애물단지 등의 비판이 높자 군산시는 지난 6월 입주업종을 물류시설 및 연계업종, 유통업종, 창호업종까지 확대했다.

입주 부담 완화를 위해 큰 면적을 잘게 쪼개서 조각분양도 하기로 했다.

이후 두 달 만에 가로등·조명제조업체, 방송·유선통신 제조업체와 분양계약이 이뤄져 그나마 희망을 품게 됐다.

군산시 산단관리 관계자는 "경기가 침체해 입주가 부진했지만, 입주업종 확대 후 2건의 분양이 이뤄졌고 물류업체가 입주문의를 하는 등 효과가 나타난다"며 조만간 입주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했다.


126만㎡ 면적에 겨우 13개 업체만 입주한 전남 순천시 순천해룡일반산업단지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단지 입구에 분양공고를 알리는 커다란 간판이 서 있다.

주변 도로는 차량이나 인적이 드물어 썰렁하다.

공장이 많이 없어서인지 식당이나 편의점 같은 편의시설조차 없다.

산업단지 한쪽은 파헤쳐 있고, 다른 한편에는 잡초가 어른 키만큼 자라 앞길을 가로막기도 한다.

해룡산업단지는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2008년 6월 순천시 해룡면 일대에 2천702억원을 들여 조성을 시작했다.

대우건설은 수도권과 부산을 2시간대에 가는 편리한 광역교통망, 율촌산단·여수산단·광양제철소 등 광양만 경제자유구역권을 연결하는 최적의 산업인프라를 장점으로 내세웠다.

바다를 매립한 산업단지가 아닌 내륙에 개발된 산업단지로 지반이 튼튼한 점도 강조했다.

해룡산업단지는 이런 최적의 산업인프라를 내세우며 2014년 문을 열었다.

하지만, 실제 분양률은 한 자릿수를 넘지 못했다.

시행사 측은 지난해 1월 분양가를 3.3㎡당 85만원에서 75만원으로 조정했다.

덤핑 산단 분양에 나서자 분양률이 조금 올랐다고 한다.

해룡산단 분양률은 현재 20%대. 여전히 갈 길은 멀기만 하다.

해룡산단 분양사무소 관계자는 "불황이 깊다 보니 대규모 공장 대신 작은 필지를 문의하는 공장이 일부 있다"며 "분양 활성화를 위해 분양가를 내리고 1천평 이하의 소규모 필지를 만들어 분양하고 있다"고 말했다.



kan@yna.co.kr

minu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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