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현대 공장가동률 '뚝'…1→3차 韓협력업체로 자금난 가중
中매체 "납품 대금사태, 한국 현대의 탐욕에 있어" 엉뚱한 주장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부품 업체 한 곳의 납품 중단으로 멈춰 섰던 현대차와 베이징기차의 합작사인 베이징현대차의 베이징(北京) 순이(順義) 1·2·3 공장이 30일 오전부터 준비작업을 거쳐 오후부터 가동됐다.
그러나 지난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 이후 판매 하강 곡선을 그려온 베이징현대차 공장에서 활기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생산 설비는 돌아가지만 북적대는 모습을 보기 힘들고, 야적장에 가득 쌓였던 신차들도 예전보다 크게 줄었다.
순이 지역의 한 한국 협력업체 직원은 "베이징현대에서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지만 공장 가동률이 50%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부품 공급하는 우리도 죽을 맛"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처럼 현대차가 올해 들어 사드 보복 여파로 판매 급감에 합작 파트너와 갈등까지 빚으면서 한국 협력업체들도 덩달아 자금난으로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
지난 3월 사드 갈등이 커진 뒤 현대차의 중국 판매가 급감하는 바람에 베이징현대가 이들 협력업체에 밀린 대금이 평균 3.5개월 어치, 최대 6개월에 달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에는 베이징현대의 판매 부진뿐만 아니라 중국 파트너인 베이징기차의 '납품가 후려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베이징현대의 재무를 담당하는 베이징기차가 실적 만회를 위해 협력업체에 대금 지급을 미루며 납품가 인하를 요구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많다.
한 협력업체 대표는 "친구끼리 동업해서 장사할 때 잘 되면 무슨 일이 발생해도 다투지 않지만 사업이 안되기 시작하면 싸우는 경우가 많다"면서 "베이징현대 또한 이와 비슷한 상황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베이징현대만 바라보는 1, 2, 3차 협력사 중 일부는 심각한 자금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베이징현대의 협력업체 임원은 "베이징현대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이미 납품한 물건에 대해서도 베이징기차가 6개월까지 대금 지급을 미루고 있으며 이미 납품한 물건까지도 단가를 후려치려고 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한국 협력업체 사이에서는 중국 당국이 중국 부품 업체들을 살리고 우리를 도태시키려고 한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면서 "우리가 협력업체이긴 하지만 우리 또한 하청을 준 중국 현지 업체들에 돈을 지급해야 하는데 이 사람들이 참는 데도 거의 한계에 달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1차 협력업체는 그나마 견딜만한 상황이지만 2차, 3차 업체들은 정말 힘들어한다"면서 "내가 굶는 건 상관없지만 우리 하청업체에 줘야 할 돈을 못 주니 오랜 거래 관계가 끊길까 봐 애가 탄다"고 토로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예전에는 납품 또는 공사와 관련해 계약금도 주고 대금도 3개월 이내에 줬는데 1년 전부터 결제가 늦어지면서 요새는 3개월을 넘어가고 있어 자금 압박이 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매체는 이번 베이징현대차의 납품 대금 사태의 책임을 현대차로 몰아가고 있다.
중국 포털사이트 소후(搜狐)는 "베이징현대 부품업체의 공급 중단의 진상은 한국 현대의 탐욕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베이징현대의 주요 부품 공급상은 대부분 한국 현대의 소유 기업이고 이들 업체가 코스트 감소를 추구하는 베이징현대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아 양측간 이견이 생겨 공급을 중단하게 됐다"면서 "부품 공급 중단은 한국 현대 부품 제공업체들의 탐욕을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랑망(新浪網·시나닷컴)은 전국공상연합회의 한 전문가를 인용해 "이번 베이징현대의 납품 중단 사태는 베이징현대에 닥친 현재의 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라면서 "올해 베이징현대의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는데 이는 사드의 영향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제품 경쟁력 저하"라고 지적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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