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녹조 덮친 대청호…'육지 어부' 생업도 막아(종합)

입력 2017-08-31 11:15  

최악 녹조 덮친 대청호…'육지 어부' 생업도 막아(종합)

진녹색 호수 물고기도 못 살아…어선 30여 척 한 달째 개점휴업

남조류 주춤해졌지만 회인천 주변 녹조 찌꺼기 응어리져 '둥둥'

(보은=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충북 보은군 회남면 대청호에서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꾸리는 정진섭(63)씨는 벌써 한 달째 일손을 놓고 있다.





초가을 문턱에 접어드는 이맘때는 물고기 활동이 왕성한 성어기지만, 올해는 호숫가에 배를 매놓고 이웃과 어울려 막걸리 잔을 기울이는 날이 많아졌다. 16년 만에 최악이라는 녹조가 호수를 뒤덮으면서 어장 환경이 엉망이 됐기 때문이다.

그는 0.8t짜리 조각배로 매일 호수를 드나들면서 자망이나 강망을 놔 붕어, 잉어 등을 잡아 올린다. 10여년 전만 해도 값나가는 쏘가리·메기 등을 잡았지만, 배스와 블루길이 번성하면서 이런 어종은 씨가 마른 상태다.

수입은 예전에 못 미치지만, 그는 '육지 어부'를 천직으로 생각해 30년 넘게 이 일을 하고 있다. 가뭄이 극심했던 지난 봄과 장마철에도 그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조업했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번지기 시작한 녹조는 그의 생계 터전을 물고기가 사라진 '유령 호수'로 만들었다. 진녹색 물 속에 아무리 그물질 해도 헛손질하는 날이 허다해지자 이 지역서 조업하는 어선 30여 척이 출어를 중단한 상태다.





정씨는 "여름이면 으레 녹조가 발생했지만, 올해처럼 심한 건 평생 처음"이라며 "녹조 층이 두터워지면서 물고기 씨가 말랐다"고 하소연했다.

그의 어선을 얻어타고 둘러본 호수 상태는 겉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 배가 지나면서 일어나는 물보라조차 온통 진녹색이다.

회인천이 유입되는 수역에 접어들자 누런 녹조 퇴적물이 수초에 엉겨 붙어 썩고 있다. 물속을 헤집자 걸쭉한 반죽처럼 퇴적물이 퍼지면서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정씨는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물고기가 살 수 있겠느냐"며 "수초까지 죽는 상황이어서 녹조가 가시더라도 망가진 어장 회복에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인근에서 물고기를 잡으면서 부인과 함께 매운탕 집을 운영하는 이모(60)씨는 "고기잡이가 신통찮은 상태에서 식당 손님까지 덩달아 줄어 힘든 여름을 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 역시 20일 넘게 출어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씨는 "음식점 바로 옆이 호수인데, 오염된 호수를 보면서 음식 맛이 나겠느냐"며 "주말에도 손님이 들지 않아 공치는 날이 허다하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들의 생활 터전인 대청호 회남수역에는 벌써 37일째 조류경보가 내려진 상태다. 2001년 조류경보 '대발생'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인 20만6천126cells/㎖까지 치솟았던 남조류 세포 수는 이번 주 들어 3만1천940cells/㎖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조류경보 '경계 단계' 발령 기준(1만cells/㎖)을 3배 웃돈다.

이곳보다 하류이면서 대전시와 청주시 취수장이 있는 추동(대전)과 문의(청주) 수역에도 여전히 조류경보 '관심단계'가 유지되는 상태다.







녹조는 식물성 플랑크톤의 일종인 남조류가 과다 증식해 발생한다. 수질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물고기가 살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어 어장까지 파괴한다.

김효진 충북도 남부출장소 내수면지원과장은 "녹조가 심해지면 물속의 용존 산소량이 줄고, 물고기들은 본능적으로 오염이 덜한 곳으로 이동하게 된다"며 "올해 유독 회남수역에 짙은 녹조가 이어지면서 이곳 어민들의 피해가 커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녹조가 상대적으로 덜한 곳에서도 어획량 감소를 호소하는 어민들의 한숨이 이어진다.

옥천군 안내면 장계수역에서 조업하는 손승우(47)씨는 "작년 이맘 때는 하루 어획량 50㎏을 거뜬히 넘겼는데, 올해는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며 "잦은 비로 대청호 수위는 높아졌지만, 예년 같은 태풍이나 큰비가 없어 하류 쪽에 있던 물고기가 올라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이 지역 어획량이 떨어진 것도 회남수역으로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퍼진 녹조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댐 유역 강수가 줄면서 녹조를 일으키는 영양염류 유입이 감소한 데다, 선선한 날씨로 표층 수온도 2∼3도 떨어진 상태여서 녹조 상황이 지금보다 크게 악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과거 대청호에 내려진 녹조경보가 10∼11월까지 이어진 사례에 비춰볼 때 당분간 녹조가 걷히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금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기상여건이 좋아지면서 다행히 남조류 수치가 모든 수역에서 하락하는 상황"이라며 "오염원 유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근 축사 등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bgi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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