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날 제구' 흔들린 류현진, 전반기로 돌아간 하루

입력 2017-08-31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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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날 제구' 흔들린 류현진, 전반기로 돌아간 하루

앞선 6경기에서 홈런 1개만 내준 류현진, 이날 3피홈런

춤추지 않은 변화구…실투가 장타로 이어지며 고전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전반기 류현진(30·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을 가장 괴롭힌 건 쉴 새 없이 터지던 상대의 장타였다.

전반기 류현진은 14경기(13선발)에서 72⅔이닝을 소화하며 홈런 15개를 허용했다.

이는 데뷔 시즌인 2013년 192이닝에서 내준 홈런과 같은 수치다.

후반기 류현진이 반등할 수 있었던 것도 홈런을 억제해서다.

류현진은 지난달 25일(이하 한국시간) 미네소타 트윈스전부터 이달 25일 피츠버그 파이리츠전까지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54로 활약했다.

35이닝 동안 그가 내준 홈런은 딱 1개, 피안타 25개 중 2루타도 단 5개로 피장타율 0.270의 빼어난 투구를 보여줬다.

그러나 류현진은 31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전반기로 돌아간 듯한 투구 내용을 보여줬다.

류현진은 체이스 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와 방문경기에서 4이닝 8피안타 3피홈런 3볼넷 2탈삼진 6실점으로 무너졌다.

허용한 홈런 3방 모두 한가운데 몰린 실투였다.

류현진이 후반기 들어 호투할 수 있었던 건 칼날처럼 날카로운 제구력을 앞세워 새로 장착한 커터를 적절하게 활용한 덕분이다.

수술 이후 예전과 같은 구위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류현진에게 실투는 곧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류현진은 1회 애덤 로살레스에게 커브를 던졌다가 홈런을 내줬다.

후반기 류현진이 볼카운트 싸움에서 유용하게 썼던 커브는 이날 로살레스에게는 한복판에 밋밋하게 들어갔다.

로살레스는 마치 배팅볼을 치는 것처럼 정확한 타이밍으로 류현진의 커브를 공략했다.

이어 1사 1루에서 폴 골드슈미트에게 맞은 홈런도 가운데 몰린 공이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인 골드슈미트는 류현진의 천적으로도 유명하다.

류현진은 골드슈미트를 상대로 초구 포심 패스트볼을 선택했다. 일단 낮게는 들어갔지만, 이마저도 골드슈미트가 좋아하는 '핫 존'이었다.

4회 크리스 허먼에게 허용한 홈런은 류현진을 마운드에서 끌어내린 치명타였다.

류현진은 좌타자 허먼을 상대로 줄곧 바깥쪽 낮은 코스로 상대하다 볼카운트 3볼 1스트라이크에서 카운트를 잡기 위해 포심 패스트볼을 던졌다.

이 공은 타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속 145㎞로 스트라이크 존 정중앙에 들어갔고, 허먼은 어렵지 않게 담을 넘겼다.

구위가 좋은 선수라면 가끔 나오는 실투도 범타로 연결될 수 있지만, 이날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던 류현진은 그런 행운을 바라기 힘들었다.

이날 변화구 움직임이 좋지 않았던 것도 류현진을 힘들게 했다.

후반기 류현진은 포심 패스트볼과 커터, 체인지업, 커브 등을 거의 같은 비율로 던져 타자에게 '사지선다형' 문제를 냈다.

그러나 애리조나를 상대로 류현진은 포심 패스트볼 33개, 커터 28개, 체인지업 12개, 커브 5개, 슬라이더 2개로 빠른 공 위주로 승부를 펼쳤다.

그가 체인지업과 커브를 적게 던진 이유는 제구가 잘 안 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기 초반 로살레스에게 홈런을 맞은 뒤 커브는 거의 던지지 않았고, 체인지업 역시 밋밋하게 들어가 여러 번 위험한 순간을 맞이했다.

류현진은 10경기 만에 5회를 채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후반기 상승세도 한풀 꺾이게 됐다.

아무리 좋은 투수라도 한 번씩 무너지는 날은 있다. 다음 등판에서 이날 드러난 약점을 보완해 등판하는 게 중요하다.

4b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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