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출조치 적절했나…긴급구조 요청 없어 해경 8시간만에 도착

입력 2017-08-31 14:26   수정 2017-08-31 19:46

탈출조치 적절했나…긴급구조 요청 없어 해경 8시간만에 도착

광제호 전복사고 초기 위치발신장치로 신고 안 해…"업무상과실치사 여부 조사"



(포항=연합뉴스) 최수호 기자 = 경북 포항 앞바다에서 선원 4명이 숨지고 2명이 실종한 803광제호(27t급) 전복사고와 관련해 해경이 배에 설치해 놓은 어선위치발신장치의 긴급구조 요청 기능이 작동하지 않은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선장, 선원 등 9명이 탄 붉은 대게 잡이 어선 광제호는 지난 30일 오전 4시 30분께 높은 파도에 뒤집힌 뒤 낮 12시 14분께 인근을 지나던 유조선에 발견됐다.

8시간여만인 낮 12시 39분에 현장에 도착한 해경은 밑바닥을 드러낸 어선 위에서 구조를 기다리던 선장 김모(58)씨 등 3명을 구조했다.

또 숨진 선원 4명을 배 안에서 발견했다. 그러나 실종 선원 2명은 사고 발생 하루가 넘도록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사고 직후 선장 등이 배를 빠져나오면서 광제호에 있는 어선위치발신장치로 외부에 긴급구조 신고를 했더라면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31일 포항해양경찰서에 따르면 광제호 조타실에는 V―PASS, VHF―DSC, AIS 3가지 종류 어선위치발신장치를 설치해 놓았다.

이 가운데 V―PASS는 고속도로 하이패스처럼 선박 출·입항 기록과 위치를 자동으로 해경, 무선국 등에 알려주는 장비다. 긴급 상황이 발생할 때 구조를 요청할 수 있는 비상 버튼도 달려있다.

2013년부터 생산한 V―PASS에는 선박이 기운 정도를 감지해 해경 등에 위급 상황을 알려주는 기울기 센서 기능도 추가해 놓았다.

그러나 광제호 V―PASS는 2012년에 설치한 것이라 이 같은 기능이 없다.

해경 측은 "배가 70도 이상 기운 상황이 10분 동안 지속하면 기울기 센서가 작동한다"며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낚시 어선에 시험 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VHF―DSC는 통신 장비로 같은 것을 설치한 일반 선박, 해경함정 등과 교신하며 위치 등을 알릴 수 있다. V―PASS처럼 긴급 구조를 요청할 수 있는 버튼도 있다.

또 다른 위치발신장치인 AIS는 어선 사이 충돌 방지 등을 위해 위성을 활용해 배 위치를 인근 선박, 해경 관제센터 등과 공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V―PASS, VHF―DSC와 달리 버튼을 눌러 구조를 요청할 수 있는 기능은 없다.

해경 조사결과 지난 30일 선장과 갑판장은 3가지 어선위치발신장치가 있는 조타실에, 기관장은 기관실에 머물고 있다가 호미곶 동쪽 41㎞ 해역에서 배가 뒤집히자 긴급히 탈출했다.

나머지 선원은 홍게 조업을 위해 선실에서 쉬고 있다가 변을 당했다.

또 해경은 사고 당시 AIS가 정상 작동한 사실도 확인했다.

그러나 사고 직후 긴급구조 요청이 없었다는 점에서 V―PASS와 VHF―DSC가 정상 작동한 지를 조사하고 있다.

출항 때부터 V―PASS와 VHF―DSC가 꺼져 있었는지, 전원을 켜 놓았다면 조타실에 있던 선장이 어떤 이유에서 비상 버튼을 누르지 않았는지 등을 확인한다.

선장은 사고 직후 배를 빠져 나오면서 조타실 안에 있는 비상벨은 누른 것으로 드러났다. 비상벨은 외부에 조난 신호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배 안에 있는 선원들에게만 긴급 상황을 알린다.

이를 고려할 때 해경은 높은 파도에 배가 뒤집히는 사고가 순식간에 발생한 까닭에 선장이 미처 긴급구조 신고 버튼은 누르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해경 관계자는 "관련법에는 어선위치발신장치 3가지 가운데 1개 이상만 작동하면 문제가 없다"며 "하지만 탈출 과정에서 선장 등이 적정한 조처를 했는지 등을 조사해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가 드러나면 입건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su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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