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완화 기조, 장기간 지속하면 금융 불균형 심화"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따른 부동산 경기 침체 우려에 대해 "투기과열지구 중심으로 주택가격 상승세가 꺾였지만,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31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미국이나 일본처럼 부동산 침체에 따른 경제 위기를 우려할 상황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금리 인상 시기의 조건이라는 뚜렷한 성장세의 조건에 대해서는 "성장률이 지속해서 잠재성장률을 웃돌고 이로 인한 수요 압력으로 물가 상승률도 목표 수준에 안착하면 뚜렷한 성장세에 부합하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 7월 전망보다 경기 전망이 꺾였다고 볼 수 있나.
▲ 7월 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2.8%로 내다봤다. 이후 여건 변화를 살펴보면 상·하방 요소가 모두 있다. 상방 요소는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더 강화되는 모습이고 추경도 확정돼 집행에 들어갔다. 반면 북핵 리스크가 한 층 고조됐고, 사드 배치에 따른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기본적인 경기 개선세는 지속할 것으로 보지만 북한리스크는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여 영향의 정도를 예단하기 어렵고 복잡하다. 이런 리스크를 지금 반영하기에는 시기적으로는 너무 짧다. 오는 10월에 이런 것들을 고려해 수정 전망을 할 것이다.
-- 정부 부동산 정책이 경기 침체로 이어질 우려는 없나.
▲ 8·2부동산 대책이 한 달가량 됐다. 점검해 보면 투기과열지구를 중심으로 주택가격 상승세가 꺾였지만, 부동산 시장의 침체까지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 이 때문에 미국이나 일본처럼 부동산 경기 침체가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을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 정부의 주택정책으로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밀릴 수 있나.
▲ 정부가 8·2부동산 대책을 내놓았고, 다음 달에는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내놓는다. 그 영향으로 주택시장이 안정되고 가계부채 증가세도 둔화하면 금융안정 리스크가 줄어든다. 또 통화정책을 조정해야 하는 시급성도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가계부채 상황이 총량 면에서 매우 크고, 완화 기조를 장기간 지속하면 금융 불균형을 심화시킬 수 있다. 가계부채 억제 노력은 단기간이 아닌 지속해서 해야 한다.
-- 금리 인상 조건으로 뚜렷한 성장세를 말했는데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 성장률이나 물가 상승률 등 정형화된 수치로만 판단하기는 어렵다. 다만 성장률이 지속해서 잠재성장률을 웃돌고 이로 인한 수요 압력으로 물가 상승률도 목표 수준에 안착하면 뚜렷한 성장세에 부합하는 상황으로 보인다.
-- 가계부채 규모나 증가 속도가 과도하다고 판단하는가.
▲ 가계부채 규모나 증가 속도가 과도한지 판단할 때는 소득증가율이나 국내총생산(GDP) 수준을 본다. 현재 가계부채 규모는 GDP 대비 90%가 넘어 주요국과 비교할 때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또 가계부채 증가율도 2015년과 2016년에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소득 증가율을 상회했다. 이 때문에 정부도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급격히 줄어들면 실물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금은 경기 회복세지만 회복세가 견고하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른 상황이어서 정부도 그런 점을 우려해 연착륙 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 미국의 홍수가 미국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 이번 홍수로 인한 피해 규모는 대단히 크다. 이 때문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 금리 정책을 결정할 때 피해 규모나 실물경기에 미칠 영향을 주의 깊게 살필 것으로 본다. 그러나 홍수가 금리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 고용안정을 한은의 통화 목표로 정하자는 의견이 있다.
▲ 지난 5월 국회에서 고용안정을 통화 목표로 정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당시 고용을 한은 목표 조항에 넣는 것은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고 전문가들의 컨센서스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앙은행의 정책 수단이 제한된 상황에서 다양한 정책 목표를 부여하면 목표 달성 가능성이 작아질 수 있다. 통화정책이 고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어렵다.
-- 오는 10월에 한·중 통화 스와프가 끝난다. 사드배치의 영향으로 스와프가 끝날 것이란 우려가 있다.
▲ 한·중 통화 스와프는 협상의 문제이고 상대국이 있어서 이 자리에서 진행 상황을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 내외 금리 차가 줄어들고 있어 외국인 투자자 유출에 대한 우려가 있다.
▲ 국내 단기 금리는 큰 변동이 없지만 리보 금리가 오르면서 내외 금리 차가 줄어드는 모습이다. 내외금리 차가 축소되면 원화환율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재정차익을 목적으로 하는 채권자금 유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의 대부분은 장기물이다. 장기물은 오히려 내외금리 차가 확대되고 있다. 또 외국인 투자는 내외 금리 차 뿐 아니라 국내외 경제 동향이나 지정학적 리스크, 환율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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