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9월 1일 개회한다. 12월 9일까지 100일간 회기로 막을 올리는 이번 정기국회는 역대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격돌이 예상된다. 집권 110여 일을 맞은 더불어민주당은 개혁 입법과 민생예산을 차질없이 처리해 향후 5년간 국정운영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3당은 문재인 정부의 독주와 독선을 견제하고 포풀리즘 정책에 제동을 거는 장으로 이번 정기국회를 활용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무엇보다 429조 원 규모로 편성된 '슈퍼예산' 처리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여당은 '사람 중심의 예산안' '소득주도 성장을 위한 예산안'이라고 의미를 부여하지만, 야당은 '현금살포형 예산' '인기관리용 예산'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입법 측면에서도 초고소득자 증세를 골자로 한 소득세법, 공영방송 사장 선출 규정이 담긴 공영방송 방송관계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관련 법안,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국민보건법 개정안 등 민감한 내용의 법안을 놓고 여야 간, 또는 정당별 입장이 극명하게 갈린다. 게다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외교·안보 정책, 신고리 5·6호기 일시 중단으로 가시화된 탈원전 정책, '적폐청산' 작업 등 문재인 정부의 각종 정책도 정기국회를 흔들 수 있다. 또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인준 문제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결론 내야 할 사안이다. 아울러 19대 대선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각 당 후보들이 공약한 내년 6.13 지방선거 때 개헌을 성사시키기 위해선 이번 정기국회 회기 중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진전된 합의를 이뤄야 한다.
이처럼 폭발성이 큰 여러 현안을 안고 있어서인지 올해 정기국회가 자칫하면 '정쟁의 장'으로 변질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국민이 많다. 이번 정기국회는 여소야대에 더해 사상 처음으로 4개 교섭단체 체제에서 진행된다. 그만큼 입법과 예산안 처리를 위한 절차가 복잡해졌다는 얘기다. 또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모두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경직된 모습을 보일 개연성이 크다. 정부 여당은 높은 지지도를 바탕으로 예산안과 각종 개혁 입법을 밀어붙일 태세이지만 이는 여소야대 구도에서 야당의 협조 없이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91개는 입법이 뒷받침돼야 하고, 495건이 법률 제·개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여야 모두 대화와 타협의 정신으로 생산적인 정기국회를 만들어야 한다. 여야의 강경대치로 예산안 처리나 입법에 제동이 걸리면 결국 가장 손해를 많이 보는 쪽은 집권여당과 문 대통령이 될 것이다. 집권여당이 야당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 정치력을 발휘해 한다. 개혁과 적폐청산을 명분으로 야당에 '따라오라'는 식으로 해선 얻을 것이 없다. 먼저 소통하고 먼저 양보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관철하려 하는 것도 옳지 않다. 정치에서 100% 승리는 있을 수 없다. 여당보다 의석수가 많은 야당도 국정운영의 동반자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제1야당인 한국당과 제2야당인 국민의당은 모두 5·9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과 경쟁했던 후보들이 이끌고 있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문재인 정부를 '신적폐 정부'로 규정하고 강력한 대여 투쟁을 예고했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독선과 오만을 견제하겠다"며 선명 야당을 선언했다. 정부 여당에 대한 견제는 야당의 존재 이유이고, 정기국회는 견제를 위한 주요 무대다. 야당은 정부 여당의 잘못에 대해 과감히 견제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발목잡기식 반대'는 결코 안 된다. 국민과 민생을 외면하는 정당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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