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사태 경제적 자살…부산항 국적선사 보호 없는 고아"

입력 2017-08-31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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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사태 경제적 자살…부산항 국적선사 보호 없는 고아"

국내 기업 물류비 1조4천억원 추가 부담…"선박확충·범정부 차원 발전정책 필요"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최대 국적 선사였던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해 파산으로 내몰린 지 꼭 1년이 되는 31일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이 사태의 원인을 되짚어보고 한국 해운과 부산항이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부산항발전협의회 등이 주최한 이 세미나에서 평택대학교 이동현 교수는 한진해운 사태의 원인과 문제점에 대해 '국가적 무관심, 무능력, 무소신이 낳은 경제적 자살'이라고 진단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에서 시작된 불황 속에 글로벌 대형선사들에 의한 선박 과잉공급에 따라 해운업계 전반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한진해운의 비전문 경영인에 의한 무리한 투자와 용선, 해운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과 금융시스템 미흡,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중심의 금융논리 지배 등이 최대 국적선사를 파산으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이 나왔다.

다행히 부산항의 물동량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에도 올해 3월 이후 증가세로 돌아서 7월까지 지난해보다 5.4% 늘었지만 여전히 전망은 불투명하다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부산항은 한진해운, 현대상선이라는 든든한 부모의 보호 아래서 성장했으나 이제 한진해운이 사라지고 현대상선도 규모가 크게 축소돼 사실상 고아 신세가 됐다"며 "이제 부모 없는 고아로서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특히 부산항을 모항으로 이용하던 한진해운이 파산하고 현대상선 터미널이 외국계에 팔려 부산항이 국적선사의 모항이 없는 항만이 된 것은 매우 우려할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한진해운 사태를 계기로 얻은 교훈을 토대로 한국 해운과 부산항의 발전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명박 정부 때 해양수산부가 해체되는 바람에 해운·항만산업에 대한 국가의 비전과 어젠다가 실종됐고 해양수산부와 다른 관련 부처가 협력하지 못하고 서로 다른 시각으로 행동했다고 밝혔다.

부처 간 높은 칸막이로 인한 '고립형 정책'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한진해운 사태가 여실히 증명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선주와 화주, 해운과 조선, 해운과 무역, 해운과 금융 등 해운과 다른 산업이 긴밀하게 연계해 상생 협력하는 시스템이 없었던 것도 대재앙을 불러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간 3천만개 이상 컨테이너를 처리하는 싱가포르항을 하나의 회사가 운영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부산항은 8개나 되는 운영사가 난립해 선사와 외국항만들의 통합 추세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규모의 경제와 협상력 등에서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부산항의 거버넌스 체제 전환도 주문했다.

지방해양수산청과 항만공사를 통합해 항만행정을 일원화하거나 항만공사가 투자자로서 항만운영에 참여할 수 있게 하고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로 발전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운·항만산업의 위상 제고를 위해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직속 해양수산특별위원회 같은 조직이 국가 어젠다로 추진하고 다른 산업과의 유기적인 연계정책으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고병국 전문연구원은 한진해운 사태의 원인으로 고가의 선박 발주, 높은 용선료 등과 같은 한진해운 경영진의 투자실패와 금융당국의 해운산업에 대한 이해 부족이 한진해운 사태의 원인이라고 평가했다.

한진해운 사태로 인한 우리 기업들의 물류비 부담 증가에 대해 고 연구원은 일본과 비교했을 때 동서 기간 항로에서 40피트 개당 최소 500달러 추가 운임 부담이 발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진해운 파산으로 우리 기업들은 선택의 여지가 줄어 일본 기업들보다 미국 서안 노선 운임은 539달러, 미국 동안 노선은 596달러, 북유럽 노선은 402달러, 지중해 노선은 461달러를 더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추산한 우리 기업들의 물류비 추가 부담 규모는 연간 1조4천억에 이른다고 고 연구원은 밝혔다.

그는 한국 해운의 발전을 위해서는 해운산업의 존재 이유와 국민경제적 역할을 명확히 인식하는 토대 위에서 통합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국적 컨테이너 선박 확충이 필요하지만 현재 선사 자체 투자가 어려운 만큼 선박을 빌려주는 대선 전문기관을 설립해 소유와 운영을 분리하는 체제로 이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역보장기금 설립을 통한 국적 선사의 신뢰도 제고, 선사·화주·조선 상생 펀드 조성, 대기업 계열 물류회사들의 제3자 물량 규제 등으로 국적 선사들이 더 많은 화물을 확보하는 길을 열어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시장 운임을 모니터링하고 고객 만족도를 조사해 선사별 경쟁력을 평가하는 기구를 설치하고 현재 5년마다 수립하는 해운산업장기발전계획을 매년 수립하고 평가하도록 강화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lyh9502@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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