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미래관계도 논의" vs EU "탈퇴조건 진전 이뤄야" 맞서
英 "EU, 융통성 가져야"…EU "英, 명확한 입장 내놔야" 신경전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연합(EU)과 영국은 31일 브뤼셀에서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에 관한 3차 협상을 마쳤으나 양측의 입장차가 커서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EU 측 수석 대표인 미셸 바르니에 전 집행위원과 영국 측 수석 대표인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부 장관은 이날 협상을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28일부터 나흘간 진행된 협상 결과를 발표하면서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번 협상에서 영국은 EU에 영국의 EU 탈퇴조건에 대한 협상뿐 아니라 브렉시트 이후 양측의 무역문제 등 미래관계에 대한 협상도 착수할 것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영국은 오는 10월부터 미래관계에 대한 협상을 병행해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EU 측은 브렉시트 이후 양측에 잔류하는 국민의 권리, 영국의 EU에 대한 재정기여금 문제,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에 속한 북아일랜드 국경문제 등 영국의 EU 탈퇴조건과 관련된 주요 안건이 충분히 진전되지 않으면 미래관계를 협상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또 주요쟁점에 대해 명확하고 구체적인 입장을 제시하라고 영국에 요구했다.
바르니에 EU 수석 대표는 공동 회견에서 "브렉시트 이후 양측의 미래관계에 대한 논의로 옮겨가기 전에 EU가 협의하기 바랐던 협상 주제에서 결정적인 진전을 보지 못했다"면서 "우리는 (이러한 주제의) 충분한 진전과 멀리 떨어져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EU는 협상의 속도를 낼 준비가 됐다며 영국에 주요쟁점에 대해 명확하고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을 것을 거듭 촉구했다.
이에 대해 데이비스 영국 수석 대표는 영국의 EU 탈퇴조건을 논의하는 회담에서 교착상태를 타개하려면 EU가 융통성을 보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양측의 견해차가 상당하다고 확인한 뒤 이번 협상의 최대쟁점으로 꼽히는 영국이 EU 회원국 시절 약속했던 재정기여금 문제를 거론하며 "영국 정부는 EU의 요구를 국민에게 이해시킬 의무가 있다"며 EU의 요구가 과도하다는 점을 비판했다.
EU와 영국이 3차 협상에서도 주요쟁점에 대한 진전을 이루지 못함에 따라 양측간 협상은 더욱 어려운 국면에 빠지게 됐다.
영국을 제외한 EU 27개 회원국 정상은 영국의 EU 탈퇴 조건과 관련된 3개 주요쟁점 협상 결과를 보고받고 '충분한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될 경우 미래관계에 대한 협상도 병행 추진하는 2단계 협상 국면으로 들어간다는 방침이지만 현재로썬 그런 평가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양측은 현재 매월 한 차례씩 잡은 협상일정을 재조정해 더 많은 시간을 협상에 할애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양측은 '아름다운 이별'을 위해서 2019년 3월까지 모든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 내부 추인절차를 고려하면 2018년 연말 이전에는 협상을 사실상 타결지어야 한다는 점에서 시간이 촉박해 '시간과의 싸움'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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