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해고부담 줄이고 노조 권한 축소…제2 노동단체 내달 12일 총파업
제1·제3 노동단체 "실망스럽지만, 총파업 계획은 없어"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정부가 기업의 해고 부담을 줄이고 산별노조의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을 담은 노동법 개정안을 확정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는 프랑스의 '악명 높은' 노동규제를 완화해 경제 활력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지만, 주요 노조가 노동자 보호장치가 후퇴했다면서 총파업을 예고해 진통이 예상된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와 뮈리엘 페니코 노동장관은 31일(현지시간) 총리실에서 프랑스 정부의 노동법 개정안을 확정 발표했다.
개정안에는 노동시간·임금 등에 대한 협상권의 상당 부분을 산별노조에서 개별 사업장으로 환원하고, 부당해고된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퇴직수당의 상한선을 두는 방안 등이 담겼다.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에는 노조원이 아니더라도 사원의 위임을 받은 대표가 사용자와 직접 근로조건을 협상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대체로 지금까지 노조가 가졌던 권한을 줄여 사측에 주는 방향이다.
필리프 총리는 브리핑에서 "균형 잡히고 공정하며 야심 찬 계획"이라면서 "프랑스의 고질적인 실업을 치료하기 위한 처방"이라고 자평했다.
필리프 총리는 특히 "중소기업과 해외투자자에게 현 노동법은 고용과 투자를 막는 '브레이크'와 같았다"면서 "법 개정으로 우리가 지금까지 놓쳐버린 기회를 다시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고와 채용을 쉽게 하는 노동법 개정은 마크롱 대통령이 국내 정책 중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과제다. 복잡한 노동 관련 규제와 노동자 과보호 때문에 경제활력이 떨어지고 실업 문제도 심각하다는 것이 마크롱 정부의 판단이다.
마크롱은 집권 직후부터 주요 노동단체를 상대로 노동법 개정의 당위성을 홍보하며 연쇄 협상했다.
처음부터 정부 계획에 반발한 프랑스 제2 노동단체 노동총동맹(CGT)은 9월 12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필리프 마르티네즈 CGT 위원장은 프랑스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모든 우려가 현실화됐다"면서 예정대로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3대 노동단체 중 CGT를 제외한 다른 두 연맹은 정부 안에 실망감을 드러내면서도 총파업 계획은 없다고 밝혀 사실상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프랑스 최대 노동단체인 온건 성향의 민주노동총동맹(CFDT)은 정부 안에 대해 노사관계 개선의 기회를 놓쳤다고 평가했으나 총파업에 동참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제3 노동단체인 '노동자의 힘'(FO)도 "일부 조항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도 소속 조합원에게 총파업 참여를 독려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정부의 노동법 개정 최종안은 곧바로 의회로 보내져 상·하원의 심의·의결 절차를 밟는다.
프랑스 정부는 의회의 심의 기간을 단축하려고 노동법 개정을 일반적인 '법률'(Loi)이 아닌 '법률명령'(Ordonnance)으로 추진해 의회에서 이미 통과됐다.
프랑스에서 헌법을 제외한 최고위 법령인 법률과 달리 법률명령은 대통령의 위임입법 형식으로 마련돼 공포와 동시에 효력이 발생하며, 의회의 사후 승인을 거치면 법률과 동일한 지위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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