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일부 천식약에 들어있는 특정 성분이 중추신경계 질환인 파킨슨병 치료에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학 브리검 여성병원 신경과 전문의 클레멘스 셰르처 박사 연구팀은 천식 치료제인 알부테롤(albuterol) 같은 기도 확장제에 들어있는 베타-2 아드레날린 길항제(beta-2 adrenergic agonist)가 파킨슨병과 관련이 있는 유전자의 활동을 억제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헬스데이 뉴스가 31일 보도했다.
파킨슨병은 운동(motor)을 조절하는 뇌 부위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 도파민 생산 신경세포가 소실돼 나타나는 중추신경계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근본원인은 아직 모른다.
파킨슨병이 진행되면 신경세포에서 단백질들이 비정상적으로 뭉쳐서 만들어지는 루이 소체(Lewy bodies)가 증가한다. 루이 소체는 주로 알파-시누클레인(alpha-synuclein)이라는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다.
루이 소체 증가가 파킨슨병의 원인인지 아니면 병이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부차적인 손상(collateral damage)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셰르처 박사 연구팀은 현재 사용되고 있는 처방 약, 비타민, 허브에 함유된 1천100가지 성분 중에서 어떤 것이 알파-시누클레인 유전자를 억제하는지를 찾아보았다.
그 결과 베타-2 아드레날린 길항제가 가장 효과가 큰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어 노르웨이 베르겐대학 연구팀의 협력 아래 노르웨이인 약 4백만 명의 약 처방 데이터베이스를 분석, 이 중 60여만 명이 천식약 알부테롤을 복용한 사실을 알아냈다.
이 약을 처방받은 사람은 향후 11년 안에 파킨슨병 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이 약을 사용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30% 이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분석에서 또 하나 밝혀진 사실은 베타 차단제 계열의 혈압약인 프로프라놀롤(propranolol)을 처방받아 복용한 사람은 사용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파킨슨병 발병률이 2배 높다는 것이었다.
베타 차단제는 알파-시누클레인 유전자의 활동을 강화할 수 있다고 셰르처 박사는 밝혔다.
그러나 이 분석결과가 천식약인 알부테롤은 파킨슨병을 억제하고 혈압약인 프로프라놀롤은 파킨슨병 위험을 높인다는 증거는 될 수 없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 두 가지 약과 파킨슨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증명하려면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 연구결과는 과학전문지 '사이언스'(Science) 최신호(9월 1일 자)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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