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천명 행진한다던 태권도세계평화축제 결국 '흐지부지'

입력 2017-09-01 10:58  

8천명 행진한다던 태권도세계평화축제 결국 '흐지부지'

예산확보 등 충분한 준비 없이 무리하게 추진하다 '망신살'

조직위 "기네스 기록 도전 연내 재추진"




(서울=연합뉴스) 배진남 기자 = 2일부터 사흘간 서울 광화문광장 등을 중심으로 개최될 예정이던 태권도의 날 기념 2017 태권도세계평화축제가 사실상 무산됐다.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다가 태권도인들의 관심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채 흐지부지됐다.

태권도의 날은 1994년 9월 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태권도가 2000년 시드니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것을 기념하려고 세계태권도연맹(WT)이 2006년 제정했다.

올해 태권도세계평화축제 준비를 위해 세계태권도연맹, 세계태권도평화통일지원재단, 국기원, 대한태권도협회, 태권도진흥재단 등 5개 단체는 공동 조직위원회를 꾸렸다.

세계연맹 고위 인사가 중추적 역할을 맡은 조직위는 지난달 중순에 태권도 갈라쇼, 시범단 공연, 포럼, 평화콘서트 등을 포함한 올해 행사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3일에는 메인 행사라면서 '월드 태권도 퍼레이드 8000'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전 세계 태권도 수련인이 약 8천만 명인 점에 착안해 태권도인 8천 명이 모여 숭례문에서 광화문 사이 1.8㎞ 구간을 행진한다는 것이다. 퍼레이드를 마친 8천 명은 광화문광장에서 품새 시연 및 송판격파 세계 기네스 기록에 도전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마지막 송판을 격파하고 태권도 명예 9단증도 받을 계획이라고 알렸다.

조직위는 8천 명의 품새 시연 및 송판격파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바라며 준비했으며 올림픽 종목으로 경쟁하는 가라테의 집단 시연 참가인원수 기네스 기록(2016년 3천973명)을 넘어서기 위한 것이라고 따로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또한 이번 행사에는 북한 주도로 발전한 국제태권도연맹(ITF) 총재를 비롯한 해외 태권도인 300명과 국내 태권도인 2만여 명, 일반 관람객 10만여 명이 참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세계연맹은 올해 행사에 ITF 리용선 총재와 김승환 사무총장을 초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직위는 행사 계획 발표 후 열흘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달 24일 보도자료를 내고 "올해 행사가 여러 사정으로 일부 조정 및 연기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태권도의 날 기념식은 9월 4일 무주 태권도원에서 예정대로 개최된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조직위 관계자는 '일부 조정 및 연기'라고 해명하지만, 막상 태권도의 날 기념식을 제외하면 조직위가 계획했던 행사는 사실상 이번에 아무것도 열리지 못하게 됐다. 게다가 태권도의 날 기념식은 이미 태권도 4개 단체가 매년 함께 개최해온 것이다.

조직위 관계자는 행사의 파행에 대해 "예산상의 문제"라면서 "거의 확정적으로 추진됐던 예산이 기간 내 조달이 어려워져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조직위는 애초 정부, 태권도 단체, 기업 등으로부터 20억원 가량을 지원받아 행사를 치를 계획이었으나 절반 정도밖에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태권도계에는 조직위의 일방적이고 무리한 사업 추진에 따른 예견된 일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 태권도 단체 관계자는 "우리도 구체적인 행사 내용을 알지 못했다"고 털어놓으며 유관 단체 간 협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설익은 계획들이 마치 확정된 행사인 양 조직위를 통해 알려진 데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조직위는 "품새 시연·송판격파 기네스 세계 기록 도전과 유명가수들이 함께하는 평화콘서트는 2018 태권도세계평화축제를 위한 붐업 행사로 재구성해 올해 안에 개최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행사의 취지나 실질적 효과 등에 대한 태권도계의 공감대가 여전히 형성되지 않은 터라 이 또한 성사 여부는 불투명해 보인다.

오히려 태권도의 날을 기념하려면 보여주기식 일회성 행사에 수십억 원을 쓰기보다는 내실 있고 지속할 수 있는 프로그램 마련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hosu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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