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금리 제자리걸음…대출금리는 다락같이 올라
(서울=연합뉴스) 금융팀 = 앞으로 금리는 오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되는데 예금금리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대출금리만 상승한다면 은행의 수익만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회사가 고객인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수익(이자)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결국 고객들의 부담으로 금융회사의 배만 불리게 될 것이란 얘기다.
지난해부터 채권시장에선 국고채, 회사채 등의 금리가 그동안의 장기 하락세에서 벗어나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등 각국 중앙은행이 그동안 풀었던 돈줄을 죄는 긴축기조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작년 8월 연 2.95%까지 떨어졌던 은행의 가계대출 금리(가중평균)는 지난 7월 3.46%까지 급속하게 반등했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작년 7월 2.66%였는데 1년 뒤인 올 7월엔 3.28%로 0.62%포인트 올랐다.
작년 7∼8월엔 은행이 가계에 새로 빌려주는 대출의 76%가량이 3.0% 미만의 금리였지만 1년 뒤인 지난 7월엔 3.0% 미만 금리의 비중이 22%로 줄고 3∼4%가 68%를 차지했다.
문제는 앞으로 대부분의 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은 앞으로 금리 인상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만 해도 시기와 속도의 문제일 뿐 금리의 추가 인상은 정해진 수순이다.
한국은행도 이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천명한 상태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린다면 대출금리의 상승 속도는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
은행들이 지금처럼 대출금리를 예금금리보다 빠르게 인상한다면 예금과 대출의 금리 차이는 더욱 벌어지고 이는 고스란히 은행의 이자이익으로 연결된다.
이미 은행들은 수익의 대부분을 이런 이자이익에 의존하면서 역대 최대 규모의 이익을 벌어들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집계를 보면 국내 은행들은 올 상반기에 8조1천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작년 상반기(3조원)의 2배를 넘어 3배에 육박하는 막대한 규모다.
수익구조를 뜯어보면 이자이익은 18조원에 달했는데 비이자이익은 4조5천억원에 불과했다.
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모두 올 상반기 순이익 규모가 지주사 설립 이후 최대 규모다.
최근 예금보험공사의 분석결과를 보면 국내 15개 은행은 총이익 중 비이자이익 비중이 지난해 11%에 불과했고 2011년 이후 이자이익 편중 현상이 더 심해졌다.
미국 은행들의 35%, 일본 은행들의 54%와 비교하면 국내 은행들은 '앉아서 이자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새로운 선진 금융기법으로 수익원을 발굴하지 못한 채 이자이익에만 의존한다면 앞으로 금리가 올라 가계대출이 부실로 이어질 경우 은행들도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hoon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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