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법, 경찰 단속 불응 오토바이 운전자 집행유예 선고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현행범이라도 경찰에게 신원을 밝히지 않고 도주하려 했다면 그 자리에서 체포할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울산지법 형사13부(강민성 부장판사)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로 기소된 A(51)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고 1일 밝혔다.
A씨는 3월 30일 오후 울산시 남구의 한 도로에서 중국음식점 배달 오토바이를 몰다가 울산지방경찰청 기동대 소속 B경장에게 신호위반으로 단속돼 신분증 제시를 요구받았다.
A씨는 그러나 신원이 확인되면 자신의 벌금미납 사실이 드러나 구금될 수 있다고 판단, 도주를 시도하면서 오토바이로 B경장 다리를 3회 들이받아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A씨 측은 재판에서 "B경장이 적법하게 직무를 집행하지 않았으므로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형사소송법상 '5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과료에 해당하는 경미범죄 현행범은 범인의 주거가 분명하지 않을 때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는 규정을 근거로 한 것이다.
다시 말해 A씨에게는 신분증 제시가 요구됐을 뿐, 주거를 확인하려는 시도나 노력이 없었으므로 B경장의 직무 자체가 적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사 측은 "이름이나 주민등록번호 등 신원이 확인되지 않으면 주거를 확인할 수 없으므로, 신분증 제시 거부에 따른 신원 불명을 주거 불명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A씨의 행위가 현행범 체포 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는 성명과 주민등록번호는 물론 주거에 대해서도 일체 밝힐 것을 거부한 상태에서 도망을 시도했으며, 경찰관이 '주거가 확인되지 않으면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다'고 고지했더라도 처벌을 면하고자 도주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B경장이 현행범 체포 요건을 구체적으로 고지하지 않은 점이 직무집행의 적법성 자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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