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사범 잡으려다 애들 잡는 필리핀…인권은 어디로?

입력 2017-09-01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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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사범 잡으려다 애들 잡는 필리핀…인권은 어디로?

경찰 유혈소탕전서 어린이들 희생…확인된 미성년 사망자만 54명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필리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벌이는 마약과의 전쟁에서 무고한 어린이들이 희생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1일 전했다.

필리핀 어린이 인권보호단체인 CLRDC는 지난해 6월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시작된 마약사범 유혈소탕전 중 피살된 미성년자가 54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희생자들은 1∼17세로, 경찰의 마약사범 사살 작전이나 괴한의 총격 과정에서 고의로 혹은 잘못 쏜 총에 맞아 숨졌다.

한 5세 소녀는 조부모 집 마당에 있다가 그의 할아버지를 겨냥한 총에 맞아 숨졌다. 또 다른 4세 어린이는 아버지와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아버지를 관통한 총에 맞아 사망했다.

한 5세 어린이는 괴한이 그의 아버지를 노리고 집 안을 향해 쏜 무차별 총격에 희생됐다.

CLRDC는 이는 그들이 확인할 수 있었던 사례일 뿐이며, 실제 희생자는 더 많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17세 고교생 키안 로이드 델로스 산토스가 마약 단속 경찰이 쏜 총에 숨지면서 마약 용의자 즉결처형에 반대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26일 수도 마닐라에서 수백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산토스의 장례식은 마약 용의자 즉결처형 반대 시위로 변하기도 했다.




살해된 어린이들 뿐 아니라 가족이 사살되는 현장을 목격한 어린이들도 또 다른 희생자다.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I)의 위기 대응 수석 고문 맷 웰스는 "어린이 수백 명이 사랑하는 사람이 경찰의 손에 사살되는 장면을 눈앞에서 보는 충격적 경험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잔인한 작전은 중단돼야 한다"면서 "불법적 살인에 책임이 있는 이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필리핀에서는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지금까지 3천500명 이상의 마약 용의자가 경찰에 사살됐다. 자경단이나 괴한 등의 총에 맞아 숨진 마약사범을 포함하면 사망자가 1만 명 넘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필리핀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인권 유린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이 시작한 마약과의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k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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