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의견도 수용했어야"…오사카시에 5만엔 배상 명령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법원이 일본군의 전쟁 가해 사실을 슬며시 삭제한 오사카(大阪)의 전쟁박물관과 관련해 박물관을 운영하는 오사카시(市)에 사전에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은 책임을 묻는 판결을 내렸다.
1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오사카고등재판소는 이날 한 시민단체 소속 남성이 전쟁박물관인 오사카국제평화센터(일명 피스 오사카)가 전시 변경 내용을 사전에 알리지 않아 알 권리를 침해했다며 오사카시에 대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오사카시와 오사카부(府)가 공동 출자한 재단법인이 운영하는 피스 오사카는 1991년 설립 이후 일본군의 난징대학살 사진 등 과거 일본군의 만행을 알리는 전시를 해왔다. 한반도, 중국 관련 전시 코너에는 일본이 외국을 침략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사카부의회 일부 의원들이 전시물이 '자학적 시각'을 담았다고 지적하자 박물관 측은 2015년 재개관하면서 일본군의 가해 관련 전시와 침략이라는 설명을 없애고 대신 공습 피해를 강조하는 전시물을 배치했다.
이에 시민단체의 한 남성이 오사카시가 전시의 변경 사항을 기재한 문서를 사전에 공개하지 않았다며 160만엔(약 1천678만엔)의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오사카지방재판소의 1심 재판부는 원고의 요구를 기각했고, 이날 항소심에서 오사카고등재판소는 5만엔(약 52만원)을 지불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오사카국제평화센터는 오사카부와 시가 설립해 강한 공공성을 가졌다"며 "가해 전시의 철거 등을 둘러싸고 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 것은 정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사카시의 담당자가 직무상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다만 개장 후에 전시 변경 사항을 기재한 문서를 부분적으로 공개한 만큼 배상액을 5만엔으로 한다"고 덧붙였다.
오사카시 측은 "전시내용을 공개할 경우 이에 대한 비판으로 재개장 업무에 지장이 생길 우려가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합리적인 근거가 없다며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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