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인 인플레이션…축구 통해 희망 찾는 우즈베크

입력 2017-09-03 05:00  

살인적인 인플레이션…축구 통해 희망 찾는 우즈베크

오징어덮밥 한 그릇 먹기 위해 지폐 80장 지불해야

타슈켄트 시민 한목소리 "우즈베크가 월드컵 본선 진출해 희망 안길 것"





(타슈켄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우즈베키스탄은 한국 국민이 비자를 받아야 방문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다.

오랜 독재 기간을 거친 탓에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폐쇄돼 있다.

폐쇄적인 경제 환경으로 인해 우즈베크는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최근 6개월 사이 우즈베크 통화인 '숨'의 가치는 약 25%P가 하락했다.

숨 가치 폭락은 우즈베크 국민에게 경제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매일 큰 폭으로 내리는 화폐 가치로 인해 경제도 활력이 떨어졌다.

우즈베크 국민은 물건을 사고팔기 위해 지폐 다발을 들고 다니기도 한다.

화폐 가치가 워낙 떨어진 데다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 곳이 많아 소비자들이 식당 등에서 지폐 다발을 꺼내 놓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취재를 위해 타슈켄트를 방문한 연합뉴스 기자는 2일 타슈켄트 시내 한식당에선 오징어덮밥 한 그릇을 먹기 위해 1천숨 지폐 80장을 지불해야 했다.

종업원은 익숙한 듯 지폐 계수기를 활용해 음식값을 계산했다.





이 종업원은 "돈 세는 기계가 없으면 식당을 운영하기가 불가능하다. 시내 거의 모든 음식점이 지폐 계수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재화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뛴다. 음식점 메뉴판은 매일 변하는 화폐 가치로 인해 여기저기 가격변동을 알리는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심각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우즈베크 국민은 미국 달러화 등 안정적인 통화를 확보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다.

우즈베크 정부는 숨 가치 폭락을 막기 위해 숨-달러 고정환율 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공식 환전소와 은행에선 정부가 공시하는 가격에 달러와 숨화를 교환할 수 있다.

우즈베크 정부의 강력한 외화 관리에도 불구, 많은 우즈베크 국민은 '바자르'라고 불리는 노천 시장 등지에서 불법 암시장을 열어 숨-달러를 교환하고 있다.

암시장의 환율은 우즈베크의 공시 환율보다 약 1.8배가 차이 나지만 달러화는 품귀 현상을 띄고 있다.

우즈베크 국민은 불안정한 경제 사정을 스포츠를 통해 해소하고 있다.

우즈베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는 복싱과 축구다.

특히 최근 우즈베크가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진출 가능성을 높이면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타슈켄트에서 택시를 몰고 있는 자파르 씨는 "우즈베크가 한국에 2-1로 승리해 사상 첫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을 것을 확신하고 있다"라며 응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우즈베크 축구 대표팀 샴벨 바바얀 감독의 능력은 형편없지만, 선수들의 기량은 한국 못지않다"라며 "우리의 응원을 듣고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선수 중에 아는 이가 있느냐'는 말엔 "차두리 코치와 손흥민을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cyc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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