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수치 노벨상 박탈하라"…이슬람 국가들 비난

입력 2017-09-03 09:38  

"아웅산 수치 노벨상 박탈하라"…이슬람 국가들 비난

알카에다, 이슬람 교도들에게 미얀마 정부 공격 촉구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미얀마 정부군과 로힝야족 무장세력의 유혈충돌로 사망자와 난민이 급증하면서, 이슬람권을 중심으로 미얀마 정부와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 최대 이슬람교도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는 수치의 노벨평화상 박탈을 주장하는 시위가 열렸고, 국제 테러단체 알카에다는 미얀마 정부에 대한 공격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3일 안타라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미얀마대사관 앞에서는 로힝야족 학살 반대 시위가 열렸다.

'로힝야족의 인도적 지원을 위한 직업 공동체'가 주도한 시위 참가자들은 로힝야족에 대한 잔혹 행위를 묵인한 수치에게서 노벨평화상을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위를 주도한 안디 시눌링가는 "수치는 노벨평화상 수상 자격이 없다. 노벨위원회는 즉각 상을 회수해야 한다"며 "수치는 로힝야족에 대한 폭력 행위와 강제적인 축출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치는 지난 1991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당시 노벨상위원회는 미얀마의 민주화 및 인권 운동을 지지하며 수치가 택한 비폭력 접근 방식을 기리고 싶다고 수상자 선정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지난 2015년 11월 총선을 통해 집권한 수치는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에 대한 차별과 박해 그리고 미얀마군에 의한 '인종청소'를 묵인 또는 방치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또 중부 술라웨시주(州)에서 열린 학생들의 반(反) 미얀마 시위에서도 인도네시아 정부가 노벨위원회에 수치의 노벨평화상 박탈을 요청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앞서 지난달 30일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도 로힝야족 지지단체가 주도한 로힝야족 학살 반대 시위가 열렸고, 지난달 29일에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관심과 유엔 차원의 개입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인 알카에다도 로힝야족 문제를 거론하면서 미얀마 정부에 대한 공격을 촉구하고 나섰다고 로이터 통신이 국제테러 감시단체인 시테(SITE)를 인용해 보도했다.

알카에다 예멘지부 지도자인 칼레드 바타르피는 알-말라헴 미디어 재단을 통해 발표한 영상 메시지에서 방글라데시,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이슬람교도들에게 로힝야족에 대한 지지의 뜻으로 미얀마 정부를 공격하라고 촉구했다.

방글라데시와 인접한 미얀마 라카인주(州)는 불교도와 소수인 이슬람교도 간 갈등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로힝야족 무장세력이 배후로 지목된 경찰초소 습격사건 이후 미얀마군은 이 지역에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몇 달간 무장세력 토벌작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고 8만7천 명의 난민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그뿐만 아니라 미얀마군은 지난달 초 라카인주 산악 지대에서 불교도인 소수민족 남녀 3쌍이 숨진 채 발견되자 또다시 로힝야족 무장단체를 배후로 지목하고 재차 토벌작전에 돌입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달 25일 로힝야족 무장단체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30여 개의 경찰초소를 습격하자, 미얀마 정부군은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소탕작전을 재개했다.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370여 명의 반군이 사살됐고, 미얀마 군경과 공무원, 민간인을 포함한 사망자는 400명에 육박했다. 또 6만 명에 육박하는 로힝야족 난민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meola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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