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명기 포석…中 외교현실과는 다른 주장 반박도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집권 2기 출범을 앞두고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시진핑 외교사상'이 300년 서구 이론을 뛰어넘는 혁신을 이뤘다며 시 주석 찬양에 나섰다.
왕 부장은 1일 중앙당교 기관지인 '학습시보' 기고문을 통해 지난 5년의 시진핑 집권기간 외교정책을 분석하면서 시진핑 외교사상이 지난 300년에 걸친 서구의 전통적 국제관계 이론을 혁신하고 초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사상이 주변국과의 운명공동체에서 아시아 운명공동체, 더 나아가 유엔이 제시한 인류 공동체의 목표에 이르기까지 영구 평화, 보편적 안보, 공동 번영, 개방 포용의 세계를 전면적으로 건설하자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 역시 이를 위한 한 방편이라는 것이다.
왕 부장은 "'시진핑 외교사상'이 새로운 형세 하에서의 중국 외교를 지도하는 이론사상적 무기를 제공했으며 중국식 이론과 방안으로 국제질서 체계의 변화에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시진핑 외교사상'이 중국의 역사적 방향에 근거해 중국이 국제사회 중요 일원으로서 어떻게 세계 국제체계를 구축할지에 대한 답변을 제시하고 있다"며 "내용이 풍부하고 사상이 깊은 과학이론"이라고 역설했다.
이는 시 주석 집권 이후 중국이 도광양회(韜光養晦·조용히 때를 기다리며 힘을 키운다) 방책에서 탈피, 자기 편을 늘리고 영유권 이익을 고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다.
군사적 측면으로도 첨단무기 개발과 해군·공군전력의 강화 추세를 보이며 지부티에 첫 해외 군사기지를 설치한 것은 중국이 미국의 패권적 지위에 도전할 뜻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왕 부장은 시 주석이 평등, 평화, 포용과 함께 주종(主從), 또는 진영 구분 없이 전세계와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기존의 '친구 아니면 적', 또는 동맹간에 대항하는 냉전적 사고를 벗어나 국제관계에 대처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시진핑 외교사상' 주장이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외교담당 국무위원도 지난달 중순 중국 공산당 이론지 '구시'(求是)에 "중국 공산당이 지난 5년간 적극적으로 외교이론의 실천혁신을 추진해 시진핑 외교사상을 확립했다"고 밝혔다.
관영 중국중앙(CC)TV도 최근 6부작 정치 다큐멘터리 '대국외교'(大國外交)를 방송하며 지난 5년간의 중국 외교를 결산했다.
이 같은 '시진핑 외교'의 대대적 홍보를 두고 '시진핑 사상'을 중국 공산당 당장(黨章·당헌)에 지도사상으로 명기하기 위해 사전 포석을 까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시진핑 외교사상을 시작으로 19차 당대회까지 6주를 남기고 중국 선전당국이 앞으로도 다른 분야에서 시 주석의 성과와 업적을 사상으로 포장하는 작업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시 사상'이 중국이 현재 당면한 현안에 대해 중국식 해답을 줄 수 있는 개괄적 체계로 완성된다는 것이다.
좡더수이(庄德水) 베이징(北京)대 염정건설연구센터 부주임은 "시진핑 사상이 당장에 편입되면 여기에는 경제, 문화, 사회, 군사, 외교, 당건설 등 내용이 모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마오쩌둥(毛澤東) 사상이 중국 독립과 민족해방 문제에, 덩샤오핑(鄧小平) 이론이 문화대혁명후 부강 문제에 집중한 것처럼 상이한 역사환경에서 직면하고 있는 현안 해결방안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진핑 체제가 직면하고 있는 과제는 중국 공산당의 일당독재 집권을 유지 발전시키고 국제질서 개편과정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jo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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