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오산서 잇따라…연쇄추돌로 이어져 2명 사망·14명 부상
(수원=연합뉴스) 권준우 기자 = 버스 운전기사의 졸음운전으로 인한 대형 교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의 졸음운전 방지 대책은 빨라야 내년 초 도입될 전망이어서, 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버스 운수업체에 대한 관리 감독 강화가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2일 오후 8시 15분께 경기도 오산시 경부고속도로 오산IC 진·출입 램프 서울방면 도로에서 고속버스와 승용차 4대가 얽힌 5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우회전하던 김모(63)씨의 고속버스가 중앙선 연석을 넘어 반대편 차로에 있던 김모(32)씨의 아반떼 승용차 정면을 들이받으면서 시작됐다.
이어 김씨 승용차를 뒤따르던 차량 3대도 속도를 줄이지 못해 연쇄추돌로 이어졌다.
이 사고로 버스 기사 김씨와 승용차 운전자 김씨, 뒤따르던 차량 운전자와 동승자 등 총 5명이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다.
버스 기사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잠깐 졸음운전을 해 사고가 난 것 같다"고 진술했다.
같은 날 충청남도 천안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났다.
이날 오후 3시 55분께 천안∼논산고속도로 265.6㎞(순천 기점) 지점에서 A(57)씨가 몰던 고속버스가 앞서 달리던 싼타페 승용차를 들이받았다.
사고 충격으로 싼타페 승용차가 앞서가던 승용차 6대를 잇달아 추돌했다.
이로 인해 싼타페 운전자 B(48)씨와 그의 부인(39)이 숨졌고 A씨 등 9명이 크고 작은 상처를 입어 치료를 받았다.
버스 기사 A씨는 "사고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가 졸음운전을 하다 사고를 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2일 발생한 두 건의 사고는 버스 기사의 졸음운전이 원인으로 추정된다는 점에서 지난 7월 경부고속도로 광역버스 사고와 판박이다.
지난 7월 9일 오후 2시 40분께 서울시 서초구 경부고속도로 신양재나들목 인근에서 김모(51)씨가 몰던 광역버스가 앞에 서행하던 승용차를 들이받는 다중 추돌사고를 내 50대 부부가 숨지고, 16명이 다쳤다.
김씨는 사고 전날 총 18시간 30분을 일한 뒤 채 5시간도 자지 못한 채 운전대를 잡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버스 기사들의 과도한 업무 실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재발방지 대책이 쏟아졌다.
차로이탈경고장치(LDWS)와 전방충돌경고장치(FCWS) 등 기술적인 부분과 버스 준공영제 도입 등 버스 기사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제도적인 부분 등이 다양하게 검토됐다.
그러나 대다수 정책은 일부 버스에만 시범운행 중이거나 예산, 지자체 간 합의 문제로 난항에 부딪혀 내년 초에야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운수업 등을 특례 업종으로 지정해 주 40시간 근로 외 초과 업무를 할 수 있게 한 현행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는 안도 발의됐지만, 유예기간을 놓고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시행까지 많은 과정이 필요하다.
그 사이 고속도로 상 졸음운전으로 인한 버스사고는 이렇듯 반복되고 있다.
이런 사고의 경우 뒤이은 차량의 연쇄추돌로 이어져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
지지부진한 재발방지 대책 시행에 앞서 버스 운수업체에 대한 관리 감독이라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강경우 한양대학교 교통공학과 교수는 "당분간은 지자체가 버스회사의 근무형태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해 기사의 근로여건을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라며 "국토교통부가 권고한 '2시간 운행 후 15분 휴식' 원칙만 지켜지더라도 대부분의 졸음운전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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