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6차핵실험] '레드라인' 밟은 北도발…한반도 정세 시계제로

입력 2017-09-03 16:36   수정 2017-09-03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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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6차핵실험] '레드라인' 밟은 北도발…한반도 정세 시계제로

'핵탑재 ICBM 무기화'라는 사실상의 한미 '레드라인'에 노골적 도전

대북 원유차단 등 고강도 제재 모색될듯…전술핵 논의 가열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북한이 3일 최고강도 도발에 해당하는 제6차 핵실험 카드를 기어이 사용함으로써 한반도 정세는 '시계제로'가 됐다.

지난 7월 두차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1개월여 만에 'ICBM용 수소탄 시험'을 명목으로 한 핵실험으로 내달린 것은 북한 입장에서 미국을 향한 '속전속결식'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도발은 한미가 사실상 '레드라인'으로 간주하는 핵탄두 탑재 ICBM의 실전배치를 향해 지체 없이 내달릴 것임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레드라인은 북한이 ICBM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무기화란 결국 실전배치까지 된 상태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레드라인을 넘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번 도발을 '레드라인'을 밟은 노골적 도발이라고 볼 수는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대응은 물론 우리 정부의 구체적 대응이 주목된다.

이번 도발은 북핵·미사일에 맞선 국제사회의 '외교 실패'를 드러낸 것이며, 결국 북한은 협상을 통해 자신들을 멈추게 하고 싶다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하라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던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은 "7월 북한의 ICBM 발사 이후 미국은 대화의 문턱을 '도발 중단'으로까지 낮추고 대화를 간절히 원하는 모습을 보였고, 중국은 지난달 29일 북한의 IRBM 발사 후 고강도 안보리 제재에 저항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미·중이 보여준 태도는 김정은에게 앞으로 핵·미사일의 기술적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실험을 강행해도 별문제가 없겠다는 확신을 심어준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 대북 전문가는 "핵보유를 전제로 한 (한반도 안보 지형의) '리셋'(reset, 판갈이)이 김정은의 구상"이라며 "'이제는 핵보유를 달성했으니 국제사회가 우리(북한)를 핵보유국으로 받아들일지 말지, 우리가 하자는 협상의 틀에 들어올지 말지를 결정하라'는 것"이라며 이번 도발의 메시지를 해석했다.

한반도 정세는 위기의 '클라이맥스'에 거의 도달한 양상이다.

한미일은 대북 원유 공급 차단을 포함한 고강도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통해 최후의 저지선 구축을 시도할 전망이다. 7월 ICBM급 미사일 연쇄 발사를 계기로 안보리 제재가 북한의 석탄 및 주요 광물 수출 차단까지 진행된 가운데, 추가 핵실험에 대해 새롭게 채택될 안보리 결의의 관건은 대북 원유 및 석유제품 수출(공급) 차단이 포함되는지 여부라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만약 중국·러시아가 한반도 긴장 격화를 이유로 대북 원유 및 석유 수출 차단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북한과 거래한 중국·러시아 기업들에 대해 불법 유무를 가리지 않고 제재하는 '세컨더리보이콧' 카드를 빼들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6∼7일 러시아 방문, 북한을 포함한 6자회담 참가국들의 정상 또는 외교장관들이 집결하는 19∼25일 유엔 총회는 핵실험 정국에서 외교적 해법 모색의 중요한 무대가 될 전망이다.

핵실험 강도 면에서도 1∼5차를 압도한 이번 핵실험은 수면 아래로 내려가는 듯 했던 미국의 대북 군사 옵션과 관련한 논의를 재점화시킬지도 주목된다. 만약 고강도 안보리 제재 결의 도출이 불발될 경우 미국은 군사 옵션에 대해 보다 진전된 검토를 진행하거나 한반도 주변으로의 전략 무기 배치 및 파견 확대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최근 한미 국방장관회담 때 일부 거론된 것으로 보도되면서 관심을 모았던 주한미군 전술핵 재배치를 둘러싼 목소리도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 기조를 견지하며 전술핵 재배치에 선을 긋고 있지만 비핵화 협상에 대한 희망의 불씨가 꺼져가는 만큼 '공포의 균형' 차원에서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하라는 목소리는 힘을 얻을 전망이다.

천영우 전 수석은 "중국의 자발적인 협조를 기대한 미국의 대 중국 설득 정책은 실패한 것"이라고 지적한 뒤 "미국은 중국을 움직일 수 있는 모든 카드를 내놓고 써봐야 한다"며 "세컨더리보이콧, 대 중국 무역 관련 조치, '하나의 중국' 정책 재검토 등을 모두 꺼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립외교원 신범철 교수는 "한미공조를 통해 대북 제재의 수위를 올리는 동시에 대북 억지력 차원에서 전술핵 재배치, 미국의 핵 공유, 더 나아가 한국의 독자 핵무장 등도 카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줄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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