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공조하며 제재에 일단 무게…'한반도 운전자' 역할 사실상 힘들어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북한이 3일 6차 핵실험을 감행함에 따라 가뜩이나 난관에 부닥쳐 있던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문재인 정부의 '베를린 구상'은 당분간 설 자리를 찾기가 어려워 보인다.
북한의 잇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로 위축됐던 베를린 구상이 핵실험으로 또 한 차례 타격을 입게 된 것이다.
특히 북한이 수소탄이라고 주장하며 6차 핵실험까지 한 상황에서 정부로서는 남북관계 복원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는 상황에 봉착하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제6차 핵실험 직후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 연이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 국제사회와 함께 최고로 강한 응징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또 NSC 회의 후 발표문은 "북한의 핵 시설과 미사일을 무력화시킬 우리 군의 타격 능력을 과시하고 동맹 차원에서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가장 강력한 전략자산을 전개하는 방안도 협의하기로 했다"고 밝혀 북한이 민감해 하는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문 대통령이 핵실험을 계기로 북한에 대한 단호한 징벌적 조치를 밝힘에 따라 남북대화나 교류 등이 자리 잡기는 어렵게 된 셈이다.
특히 북한과의 대화 국면 전환을 기대하며 이번 UFG 훈련에 전략자산 전개를 자제했던 미국이 북한의 IRBM 발사를 계기로 B-1B 2대와 F-35B 4대 전개를 단행하는 등 대북 압박 쪽으로 돌아선 것도 남북관계 개선의 여지를 차단하고 있다.
미국이 여전히 북한과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보다는 제재와 압박에 무게를 두고 있는 만큼 우리 정부가 다른 선택지를 찾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2차 남북 정상회담 10주년 기념일인 10월 4일과 평창 동계올림픽 등을 계기로 남북관계 복원을 모색해보려던 우리 정부의 최근까지의 기대도 힘을 받기 어렵다.
한미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 종료 이틀 전인 지난달 29일 북한이 일본 상공을 넘어 IRBM을 북태평양으로 날려 보냈을 때도 도발은 강력히 규탄하지만 대화와 협력을 통해 남북 간 현안을 해결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했던 기조를 이어가기 어려운 국면이다.
더구나 북한 역시 '조미(북미)대결전'을 내세워 우리 쪽의 대화 제의에는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북한은 문재인 정부의 대화와 압박 병행정책에 반발하며 보수정부의 대북정책과 다를 것이 없다고 주장해온 만큼 남북관계 복원은 현재 한반도 상황이나 각 주체들의 입장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북한이 6차 핵실험까지 동원해 미국과의 '강 대 강' 충돌을 마다치 않는 상황에서 한국이 '한반도 운전자'로서 역할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아졌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제재 쪽으로 이동하는 현재 국면에서는 베를린 구상을 꺼내기 쉽지 않다"면서도 "북한과의 대화를 위한 긴 호흡으로서의 베를린 구상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과 미국이 서로 '강 대 강'으로 맞대응 전략을 쓸 때는 한쪽이 먼저 온건 노선을 취할 수 없는 딜레마가 있어 대치 상황이 오래 가고 격화한다"면서 "한국을 포함한 중재자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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