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북한이 핵실험이라는 초대형 도발에 나서자 재일 코리안(한국 국적자+'조선' 국적자)들이 일본 사회에서 '혐한(嫌韓)' 분위기가 퍼질까 걱정하고 있다.
'조선총련'이라는 책의 저자인 재일 코리안 김찬정(80)씨는 4일 아사히신문과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폭거를 할 때마다 재일(코리안)의 생활이 힘들어진다"며 북한에 대한 일본의 증오가 팽창하면 희생이 되는 것은 재일 코리안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북한이 재일 코리안의 생활을 지원하는 것은 전혀 없고 오히려 발만 잡아 끌고 있다"고도 말했다.
재일 코리안 2세인 도예가 정기만(58)씨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이 계속되면 '조선'이라는 단어가 나쁜 이미지를 갖게 된다"며 "'재일'이라는 말에 증오가 쏠리게 될까 봐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학교 교장 출신인 한 남성은 "조선학교가 일본 정부의 고교무상화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 위법한지를 묻는 재판의 판결이 조만간 있을 예정인데, 북한의 핵실험이 재판에 나쁜 영향을 주게 될까 봐 걱정된다"고 밝혔다.
숙박업에 종사하는 60대 재일동포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혐한시위의 영향으로 수년간 투숙객 수가 줄었다가 최근에 겨우 이전 상황으로 돌아왔다"면서 "북한의 계속되는 핵실험으로 다시 재일 코리안에 대한 나쁜 인상이 퍼지면 영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걱정했다.
오사카(大阪) 거주 재일동포 남성(80)은 "뉴스를 보고 일본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혐한 분위기가 퍼져 재일 코리안에게 비난이 불어닥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올들어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혐한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3일에는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앞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분노를 재일 코리안에게 돌리며 혐한 집회를 하던 우익들이 경찰을 폭행해 체포되는 일도 일어났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사이타마(埼玉) 경찰은 조선총련 사이타마본부 앞에서 혐한집회를 하다가 경찰관을 폭행한 16살과 27살 남성 등 2명을 체포했다.
두 사람을 포함한 10여명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었다. 이들은 스피커 음량을 낮춰달라고 요구하는 경찰관들을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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