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 "감기약도 먹지 마라…아들에게 유일한 조언"

입력 2017-09-04 09:58   수정 2017-09-04 21:39

이종범 "감기약도 먹지 마라…아들에게 유일한 조언"

야구보다 축구·골프 권유했는데…잘해줘서 너무 감사"

고졸 새내기 이정후, KBO리그 신인 최다안타 경신 눈앞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한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에 오른 인물의 자식이 같은 분야에서 부모만큼의 업적을 세우기는 쉽지 않다.

타고난 재능과 피나는 노력에 운까지 있어야 가능한 '최고의 자리'가 부모와 자식 모두에게 허락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한 시대를 풍미한 '야구 천재' 이종범(47)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네 가족은 예외다.

이 위원의 아들 이정후(19)는 휘문고 재학 중이던 지난해 6월 넥센 히어로즈의 1차 지명으로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2017년 정규시즌이 막바지로 치닫는 현재, 이정후는 최고의 신인을 넘어 KBO리그를 빛낼 재목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위원은 지난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삼성 라이온즈 경기의 해설을 맡았다.

그는 경기에 앞서 "정후는 잡초처럼 자란 것도 아니고 좋은 환경에서 곱게 자랐다"며 "힘든 프로 생활을 잘 견딜 수 있을지 걱정이 컸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특히 "야구를 하는 내내 아빠의 수식어가 따라다닐 텐데, 어린아이가 이를 감내할 수 있을지 몰라서 야구를 반대했다"며 "야구보다는 축구나 골프를 하면 좋겠다고 했다. 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에도 자질이 있었는데, 자기가 야구를 제일 좋아하더라"고 돌아봤다.

이정후한테 2017시즌은 짧은 한 해지만, 일단은 이 위원도 아들의 탈 없는 출발에 크게 만족하고 있다.

이정후는 3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경기에서 시즌 157번째 안타를 쳤다. 서용빈 LG 트윈스 코치가 1994년 기록한 KBO리그 신인 최다 안타와 타이다. 고졸 신인 최다 안타 기록(김재현이 1994년 세운 134개)은 진작에 깼다.

지금까지 넥센이 치른 127경기에 빠짐없이 나와 타율 0.327(480타수 157안타)을 기록 중이다. 안타 수는 전체 5위, 타율은 13위로 고졸 신인이 기라성 같은 리그 최고의 타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 위원은 "걱정을 많이 했는데 프로 지명이 되고, 운 좋게 주전 기회를 잡아 좋은 성적까지 내주니 너무 감사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아들한테 야구 얘기는 좀처럼 하지 않는다고 한다. 감독이나 코치의 가르침과 자신의 지적이 다를 경우 혼란스러워할까 봐서다.

대신 주로 음식에 대해 조언해준다고 한다. '골고루 잘 먹으라'는 차원의 소리인 줄 알았는데, 그는 다소 의외의 얘기를 했다.

이 위원은 "최근 KBO도 도핑 검사가 강화했기 때문에 우리 때처럼 아무거나 먹으면 안 된다. 감기약을 먹어서 뭔가 성분이 검출돼도 팬들은 인정을 안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실수는 결국 선수인생에서 치명적인 오점이 될 수 있다"며 "억울할 수도 있지만 현실이다. 그래서 정후한테 '입으로 들어가는 모든 것을 조심해야 한다. 오로지 음식만 먹어야 한다고 강조한다"고 전했다.

이정후는 올 시즌 KBO리그 신인왕을 사실상 예약해놓은 상태다. 11월 일본에서 열리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에는 부자(父子)가 코치와 선수로 동반 출전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 위원은 "혹시 기고만장해져서 자기 관리를 안 하면 어떡하나 걱정"이라며 "지금까지 잘하고 있지만, 부상 조심하면서 더 열심히 하라고 격려한다"고 말했다.


ksw0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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