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현대시 거장 존 애시버리 별세

입력 2017-09-04 10:05  

美 현대시 거장 존 애시버리 별세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미국 현대 시문학을 한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미국 감성적 인상주의 시인 존 애시버리가 3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90세.

동성 배우자인 데이비드 커마니는 애시버리가 이날 오전 뉴욕주 허드슨 자택에서 숙환으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애시버리는 생전에 명성을 누린 몇 안 되는 시인 중 한명이다.

어린 시절 겪은 동생의 죽음과 동성애적인 성향으로 고독한 성향의 책벌레로 자란 그는 이미 8세 때 첫 시를 쓸 만큼 천부적인 소질을 보였다.

하버드대에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시에 눈을 뜬 그는 생전에 20여권의 시집을 내고, 거의 모든 문학상을 휩쓸며 거장으로 우뚝 섰다.

가장 유명한 시집은 1975년 낸 '볼록거울 속 자화상'(Self-Portrait in a Convex mirror)으로, 그는 이 시집으로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 '전미비평가협회상' 등 문학계에서 소위 '3대 문학상'이라고 손꼽는 상을 모두 차지했다.

이후 노벨상 발표 때마다 수상 후보로 거론되던 그는 2011년 "시를 읽는 방법을 바꾼" 공로를 인정받아 국립인문학훈장을 받았다.






그가 활동한 시기에는 리처드 윌버, W.S. 머윈, 애이디르엔 리치 등 유명 시인이 즐비하다. 그러나 과도한 수사와 일상의 수다를 오가는 현대적인 방식과 감각인상과 암시 사이에 흐르는 빛나는 지혜와 유머를 보여주는 시로 애시버리는 문학사에서 이들과는 또 다른 독보적인 지위를 점한다.

랭던 해머 예일대 영문과 교수는 2008년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지난 50년간 미국 시문학에서 애시버리만큼의 존재감이 큰 인물은 없다"며 "애시버리의 시구는 항상 새롭게 느껴진다. 그의 시는 언어학 양식이 주는 규제에서 벗어나 말의 기쁨과 놀라움을 부각시킨다"고 평했다.

그는 같은 하버드대 출신 시인인 프랭크 오하라, 케네스 코크 등과 함께 '뉴욕파 시인'의 일원으로 분류된다. 1950~1960년대 활동한 뉴욕파 시인은 기존 공식을 거부한 채 대중문화나 도시적 감수성을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특징이 있다.

특히 애시버리는 일본 전통 단시인 '하이쿠'를 차용하거나, 절을 비워두는 등 마치 미술의 추상 표현주의 같은 파격적인 시를 선보였다.

그러나 이런 파격성 때문에 '난해하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시인이자 비평가엔 메건 오루크는 한 잡지에서 독자들에게 "시를 이해하려 하지 말고 음악을 듣는 것처럼 배열에서 기쁨을 얻으려 하면 된다"고 평했다.






luc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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