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정세 전망 통해 '얻는것 더 많다' 판단해 6차 핵실험 감행 관측
(서울=연합뉴스) 장용훈 기자 = 북한이 6차 핵실험을 단행한 것은 자신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 핵실험 이후 정세에 대한 자신감을 가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3일 6차 핵실험 결정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상무위원회에서 논의됐다며 "위원회에서는 먼저 현 국제정치정세와 조선반도에 조성된 군사적 긴장상태를 분석평가했다"고 전했다.
이는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했을 때 발생할 국제정치적, 군사적 상황들을 미리 점검했으며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잇단 미사일 도발에 이어 6차 핵실험까지 나선 데에는 우선 미국 트럼프 행정부에서 거론하고 있는 군사적 옵션이 실제 사용될 수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자리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핵실험에 대응해 B-1B 전략폭격기 등 미국의 전략자산이 한반도에 전개돼 훈련하겠지만 북폭으로 이어지지는 않으리라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북한에 대한 미군의 폭격이 이뤄지면 남쪽을 향한 북한의 공격이 개시될 것이고 한반도에서 전쟁은 엄청난 인적·경제적 피해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미국은 1994년 6월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탈퇴를 선언하고 사찰단을 추방하려고 하자 영변 핵시설을 ‘외과수술식’으로 공격하는 계획을 세웠다가 막판에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적 옵션을 사용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고 미중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것도 김 위원장으로서는 호재다.
6차 핵실험에 대응해 북한을 직접 겨냥한 제재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등 국제사회는 '북핵 중국책임론'을 내세워 중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제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른바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은 결국 중국 기업을 향하고 있다.
특히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향해 통상압력을 가하고 있고 세컨더리 보이콧도 이러한 연장선에서 해석하는 경향도 등장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북한의 핵개발은 북미관계 속에서 생겨났으며 미국이 북한과 직접 풀어야만 하는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또 중국이 대북제재에 동참해도 문제는 풀리지 않고 있으며 결국 근원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미국이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평가 속에서 중국은 최근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을 중국 기업의 목을 죄어서 미국 기업의 유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주권침해조치로 인식하고 있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중국에서 만난 인사들은 북핵문제는 미국이 풀어야 할 문제로 중국의 제재로 해결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며 "미국이 중국 책임론을 내세우는 것을 결국 대중국 견제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이러한 미중간의 갈등으로 완벽한 대북제재 전선의 구축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북한은 미국 주도로 추가 제재가 이뤄지더라도 경제적으로 풀어갈 수 있다는 판단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앙통신은 "미국과 적대세력들의 반공화국 제재책동을 견제하고 당 제7차 대회가 제시한 부문별 투쟁과업들을 성과적으로 집행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방도와 대책들을 토의했다"고 밝혔다.
이런 자신감에는 김정은 체제 들어 시장을 합법화하면서 개인이나 기업 같은 각 경제주체의 활동영역이 넓어지고 국가가 책임져야 할 부분이 많이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지난해 북한을 탈출한 주민 132명을 대상으로 올해 6∼8월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조사대상의 70%가 장사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박종철 경상대 통일평화연구센터 소장은 "북·중 무역의 경우 공식무역보다 비공식 밀무역 규모가 더 크기 때문에 대북제재가 북한의 무역에 영향을 덜 미친다"며 "특히 시장화로 개인이 경제주체로 나서고 있어 밀무역은 더 확장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북한 김정은 체제는 이런 자신감 속에서도 주민들의 경각심을 일깨우면서 만일의 상황에도 대비하는 모양새다.
노동신문은 1일 '위대한 강국의 시대'라는 제목의 정론에서 국제사회의 제재를 거론하며 "형편이 어렵고 더이상 참아낼 수 없을 때도 결코 물러설 생각을 마시라"며 "이 길을 곧바로 가면 반드시 더 큰 승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에 우리는 한걸음도 주춤할 수 없다"고 주민을 독려했다.
j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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