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철강업계 '한미 FTA 폐기설'에 전전긍긍

입력 2017-09-04 11:15   수정 2017-09-0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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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철강업계 '한미 FTA 폐기설'에 전전긍긍

자동차 관세 부활시 일·유럽산 대비 경쟁력 상실

철강업계 반덤핑·상계관세 부과 가능성에 노심초사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김동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준비하도록 참모진에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대(對)미 수출 비중이 큰 국내 산업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이 무역적자 주범으로 지목하는 자동차와 철강 업종은 최악의 경우 대미 수출 물량에 대한 관세와 상계관세 부과 등으로 타격을 입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 자동차, 관세 2.5% 부활하면 일·유럽산 대비 가격경쟁력 사라져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FTA 폐기' 언급의 진의가 무엇인지 아직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았지만, 만에 하나 '한미 FTA 체결 이전으로 교역 조건 복원'이 현실화하면 국내 자동차의 대미 수출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은 FTA 합의에 따라 한국 자동차 관세(2.5%)를 2012년 협정 발효 후 2015년까지 4년간 유지하다가 2016년 폐지했다.

따라서 현재 한국에서 미국으로 수출되는 자동차는 무관세로, 일본·유럽산 자동차(2.5% 관세율)보다 관세 측면에서 이점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한미 FTA 폐기와 함께 2.5%의 관세가 부활하면, 그만큼 미국 수출용 한국차의 가격경쟁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최근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한미 FTA 폐기-관세 부활' 악재까지 겹치면 재기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업계에서는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현대차의 경우 지난달 미국 시장 판매량(5만4천310대·제네시스 브랜드 포함)이 작년 같은 달(7만5천3대)보다 24.6%나 줄었다. 지난 5월 이후 4개월 연속으로 두 자릿수 감소율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기아차 역시 작년 8월(5만4천248대)보다 1.7% 적은 5만3천323대를 파는 데 그쳤다.

현대·기아차의 미국 판매량 가운데 약 절반 가량이 미국 현지 생산이 아니라 국내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건너가는 물량인 만큼, 관세가 부활하면 수출은 더욱 고전을 면하지 못할 전망이다.

더구나 현대·기아차의 전체 수출 가운데 미국 시장이 '3분의 1'(2017년 상반기 승용차 기준)을 차지하는 만큼, '한미 FTA 폐기'는 위기를 겪는 현대·기아차, 더 나아가 한국 자동차 산업 전체에 치명타가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완성차 업체들은 우려를 최대한 드러내지 않은 채 일단 '지켜보자'는 취지의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한미 FTA 폐기가 실제로 이뤄질지, 어떤 형태로 이뤄질지 기업 입장에서는 예상하기가 어렵다"며 "현재 국가 간 협상이 진행 중인 만큼 협상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 FTA가 폐기되면 미국차의 한국 수입 관세도 되살아나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도 이로울게 없다.

한국은 미국 자동차에 대한 수입 관세(발효 전 8%)를 2012년 발효 즉시 절반(4%)으로 낮춘 뒤 2016년 완전히 없앴다.

관세 철폐 효과에 힘입어 협정 발효(2012년) 후 지난해까지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 수입량은 2만8천361대에서 4.4배인 6만99대로 급증했다. 수입금액 역시 7억1천700만달러에서 4.6배인 17억3천900만달러로 치솟았다.

이 기간 미국차 수입 증가율(339.7%)은 전체 수입차 증가율(158.8%)의 두 배에 이를 뿐 아니라, 특히 지난해 한국 시장에 들어온 수입차가 전년보다 8.3% 줄었음에도 미국 차는 22.4%나 늘어나는 호조를 보였다.







◇ 철강, 반덤핑·상계관세 가능성에 노심초사

철강업계는 한미 FTA 폐기로 바로 달라지는 것은 없지만, 미국의 전반적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우려하고 있다.

철강은 세계무역기구(WTO)의 무관세 협정에 따라 한미 FTA 발효 이전인 2004년부터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되고 있다.

그러나 한미 FTA 폐기를 계기로 미국이 한국산 철강에 대한 반덤핑·상계관세를 더 엄격하게 부과할 가능성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철강의 약 81%가 이미 반덤핑이나 상계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한국산 철강이 미국 전체 철강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4년 3.8%에서 2016년 3.2%로 감소했다.

미국 정부가 발표를 보류한 '무역확장법 232조' 수입산 철강 조사 결과도 여전히 철강업계를 긴장하게 하고 있다.

이 조사는 중국산 철강을 겨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한국산도 포함될 수 있어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한미 FTA 폐기 이후 반덤핑 관세를 강화하거나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에 한국산이 포함되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관산업인 자동차 수출이 한미 FTA 폐기로 주춤하면 국내 자동차 업계에 공급하는 철강 물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shk999@yna.co.kr, blueke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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