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강박증' 50대 아들과 단둘이 거주
(평택=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온갖 잡동사니로 가득 찬 집 안에서 탈진한 채 쓰러져 있던 70대 여성이 119구조대에 의해 구조됐다.
4일 경기 송탄소방서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2시 6분께 평택시 서정동사무소로부터 관내 한 빌라에 거주하는 노파의 신변을 확인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119구조대는 경찰, 시청 관계자 등과 함께 이 빌라로 출동, 현관문을 열고서는 깜짝 놀랐다.
천장까지 고물이 가득 쌓여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구조대는 고물을 하나씩 걷어낸 뒤 진입에 성공, 고물 더미에 둘러싸인 채 바닥에 누워있던 A(79·여) 씨를 발견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고물이 워낙 많아 진입로를 확보하고, 안으로 들어가 들것으로 A 씨를 구조하기까지 40여 분이 소요됐다"며 "A 씨는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듯했고, 열도 있었다"고 말했다.
전신 쇠약 증세를 보이던 A씨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다행히 건강에 큰 지장은 없는 상태다.
A씨와 함께 사는 아들 B(58)씨는 오래전부터 고물을 주워 집 안에 쌓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13평 남짓한 집 안 전체는 고물로 가득 찼다.
B씨는 넘치는 고물을 빌라 앞에 쌓아놓기도 해 동네 주민들의 민원 대상이 되기도 했다.
동사무소는 지난 7월 관련 민원을 접수, 집 안까지 들어가 A씨를 구조하기도 했다.
이어 지난 1일에도 빌라 주민으로부터 "새벽에 노인이 우는 소리를 들었다"는 민원이 접수돼 119에 신고하게 됐다고 동사무소는 설명했다.
동사무소는 5년 전부터 고물을 줍기 시작했다는 B씨 증언에 따라 그가 어떤 물건이든 버리지 못하고 저장해 두는 저장강박증을 앓는 것으로 보고 있다.
동사무소 관계자는 "지난 7월 민원 접수 당시에도 고물이 집 안 가득 쌓여 있었으나, 고물도 B씨의 재산으로 볼 수 있어서 함부로 치울 수 없었다"며 "B씨는 이달 중순까지 귀중품을 정리하고, 동사무소 직원과 함께 고물을 조금씩 치우는 데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k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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