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 들끓어도 '대량학살' 안돼"…파리서 '방역반대' 서명운동

입력 2017-09-04 14:23  

"쥐 들끓어도 '대량학살' 안돼"…파리서 '방역반대' 서명운동

2만5천여명 서명…"쥐에 풍성한 꼬리 붙이면 귀여운 다람쥐"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시내 곳곳에 쥐가 들끓어 수십년 만의 최악의 방역 위기 상황을 맞은 프랑스 파리시가 쥐 퇴치 작전에 들어간 가운데 시만 수만명이 '쥐 집단학살'에 반대하고 나섰다.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파리에서는 최근 쥐 개체수가 급격히 늘어 몇십년 만에 최악의 상황에 부닥치면서 방역 당국은 쥐 퇴치에 예산 1천400만파운드(약 205억4천만원)를 투입했다.

곳곳에서 출몰하는 쥐 때문에 아이들이 쥐에 물리거나 전염병에 걸릴까 우려한 시 당국은 시내 일부 공원을 폐쇄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국의 쥐 퇴치 작전에 일부 시민들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텔레그래프는 2007년 인기를 끈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따뚜이'에서 절대 미각을 자랑하는 주인공 쥐 '레미' 캐릭터의 영향 때문인지 쥐 "집단학살"에 반대하는 시민 청원에 2만5천여명이 서명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 서명운동을 시작한 임상심리학자 조제트 방셰트리는 "쥐 공포증은 거미 공포증과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의 근거 없는 공포증이다. 쥐에게 아름답고 풍성한 꼬리를 주면 우리가 사랑하는 다람쥐가 된다"며 "이 불쌍하고 불운한 존재들은 우리 사회에서 근절돼야 하는 희생양으로 지목돼 무자비하게 죽임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온라인상에서는 쥐를 두둔하는 내용의 게시글도 2천여건이 넘었다.

한 누리꾼은 "쥐는 인간과 동등한 배려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적었고 또 다른 이는 "(쥐 대신)사회주의자들을 제거하자, 그들이 파리시에 더 큰 해악을 끼친다"고 주장했다.

녹색당 출신 파리 2구청장 자크 부토도 쥐 학살에 반대하는 청원에 동참하면서 "법은 모든 동물이 살아있고 지각이 있는 생명체라고 규정하고 있다"며 "왜 쥐를 말살하려 하는지 우리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시민들은 곳곳에서 시도 때도 없이 출몰하는 쥐가 지긋지긋하다는 반응이다.

이들은 방역 당국의 조치에도 쥐 퇴치 효과가 미미한 것은 독극물 사용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유럽연합(EU) 규제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신문에 따르면 EU는 쥐 방역을 위해 항응고제 알갱이를 여기저기 뿌릴 경우 애완동물과 인간에 해로울 수 있고 상수도를 오염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mong0716@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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