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소 꽉찼는데' 미얀마 탈출 로힝야족 계속 늘어…9만명 육박

입력 2017-09-04 16:07  

'수용소 꽉찼는데' 미얀마 탈출 로힝야족 계속 늘어…9만명 육박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미얀마 정부군과 로힝야족 무장세력간 유혈충돌을 피해 국경을 넘은 로힝야족 난민 수가 9만명에 육박했다고 현지 언론과 외신이 4일 보도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은 지난달 25일 로힝야 무장세력의 미얀마 경찰초소 습격사건 이후 지금까지 약 8만7천명의 로힝야족 난민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0월 1차 유혈충돌 발생 이후 '인종청소' 논란 속에 몇 달간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州)를 탈출했던 난민 수 7만5천명을 웃도는 수치다.

국경을 넘는 로힝야족의 행렬이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이미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의 수용소는 추가로 난민을 받을 수 없는 포화상태다.

방글라데시 콕스 바자르 난민촌에 새로 들어온 모하메드 후세인은 "나흘 전 이곳에 도착해 집을 지으려고 노력했지만, 공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구호단체의 손길도 미치지 않고 있다. 식량이 떨어져 굶고 있으며 일부 임신부들은 길가에서 출산하고 있다. 병든 아이들도 치료를 받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州)에서는 다수인 불교도와 소수인 이슬람교도 간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지난해 10월 로힝야족 무장세력이 배후로 지목된 경찰초소 습격사건 이후 미얀마군은 이 지역에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몇 달간 무장세력 토벌작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다.






또 유엔과 인권단체는 미얀마 군인들이 무장세력 토벌 과정에서 로힝야족 민간인을 학살하고 방화와 성폭행, 고문 등을 일삼으면서 '인종청소'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7만5천여 명의 로힝야족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는 이런 주장을 부인해왔으며, 유엔이 구성한 국제 조사단의 활동도 불허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미얀마군은 이달 초 라카인주 산악 지대에서 불교도인 소수민족 남녀 3쌍이 숨진 채 발견되자 또다시 로힝야족 무장단체를 배후로 지목하고 수백 명의 군 병력을 투입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5일 로힝야족 반군단체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경찰초소 30여 곳을 동시다발적으로 습격하고 군기지 침투를 시도하면서 사상 최악의 유혈충돌이 벌어졌다.






정부군의 소탕작전으로 지금까지 370명의 반군이 사살됐고, 군경과 민간인을 포함한 사망자 수는 400명에 이른다.

또 로힝야족 거주지역의 민가 수천채가 불에 탔는데 정부군과 반군은 상대방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한편, 이번 유혈사태를 방관해온 미얀마의 실권자 아웅산 수치에 대한 국제적 비난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세계 최대 이슬람국가인 인도네시아는 전날 레트로 마르수디 외무장관을 미얀마에 파견했다.

레트로 장관은 수치 국가자문역 등을 만나 로힝야족 사태에 대한 우려의 뜻을 전하고, 난민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허용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 이슬람 국가에서는 최근 로힝야족에 대한 학살을 반대하는 집회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3일 자카르타에서는 시위대가 현지 주재 미얀마대사관에 화염병을 투척하기도 했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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