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배아 유전자편집으로 유전병 치료 성공(?)…학계 의문 제기

입력 2017-09-05 07:00  

인간배아 유전자편집으로 유전병 치료 성공(?)…학계 의문 제기

"생물학 상식에 위배…실패를 성공으로 착각했을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인간 배아의 유전자를 편집해서 질병 유전자를 없애는 데 성공했다는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학 슈크라트 미탈리포프 박사팀의 지난달 초 발표에 대해 국제 학계에서 의문이 제기됐다.

발표 내용에 생물학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점들이 있으며, 치료 실험에 실패했는 데도 검사 잘못 때문에 성공으로 착각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줄기세포학자 디터 에글리 교수 등 관련 전문가 6명은 이런 의문점을 지적하는 논문을 최근 유명 사이트인 생명과학분야 데이터 공개 아카이브 'bioRxiv'에 발표했다.

앞서 미탈리포프 박사팀은 지난달 2일 유전성 난치병인 비후성 심근증을 일으키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인간의 배아에서 제거하는 유전자편집을 시도해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한국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 팀도 공동 참여한 이 연구 성과는 앞으로 유전 질환의 원천 치료는 물론 외모와 키 등 원하는 형질을 가진 '맞춤형 아기'도 가능케 할 것이라는 기대와 생명윤리 논란을 일으켰다.

연구팀은 3세대 유전자가위인 '크리스퍼(CRISPR)-Cas9'를 이용해 유전자 편집이 이뤄진 수정란이 분열해 생긴 배아 58개 중 42개가 제대로 교정돼 자연상태에서 이 질병이 유전될 확률(50%)보다 낮은 25% 가량으로 줄였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난자와 정자가 수정돼 배아가 어느 정도 발달할 때 크리스퍼를 넣어 수정하는 기존 실험방법과 달리 건강한 난자에 돌연변이 유전자를 지닌 정자와 함께 유전자가위를 동시에 넣어줬다. 또 유전자가위에서 절단 역할을 하는 Cas9 효소가 바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단백질 형태로 직접 넣어줬다.이런 새 기법 덕에 유전자가위가 정확하게 작동하고, 난치병 유전자가 후손에게 이전되지 않을 확률을 획기적으로 높였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학계에서 이 설명에 의문 제기가 잇따랐다.

특히 에글리 교수 등은 "정자 속에 존재하는 (유전병을 일으키는) 하나의 유전적 변이가 난자의 유전자를 기반으로 해 교정됐다"는 미탈리포프 박사팀의 설명은 기존 생물발달학 등과 배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글리 교수에 따르면,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직후 난세포에선 난자와 정자의 유전체들이 서로 반대편에 위치하고 수 시간 동안 각각 막에 둘러쌓여 있다.

따라서 정자와 난자의 DNA가 상호반응하거나 유전자를 공유할 수 없는 거리에 있는 상태에서 부와 모의 유전체의 재조합이 이뤄지는 일을 상상하기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에글리 교수 등은 어쩌면 실험이 실패했는데도 미탈리포프 박사팀이 성공으로 착각했을 가능성을 두 가지 시나리오로 설명했다.

하나는 배아들 가운데 일부가 아버지(정자) 쪽 DNA를 애초에 전혀 받아들이지 않아 (유전병 원인인) 변이가 아예 상속되지 않았을 가능성이다.

통상적으로 체외수정 과정에서 배아가 어머니 DNA로부터만 발달하기 시작하는 사례들이 있으며, 어쩌면 미탈리포프 박사팀 실험에서 일부 또는 모든 배아에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시나리오는 유전체편집 실험 과정에서 이른바 '대립형질 탈락(allele dropout) 가능성이 있는데 유전자검사법 한계로 포착하지 못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의문 제기 과학자 중 한 명인 영국의 로빈 러벨-배지 박사는 "물론 초기 인간배아에 신기하거나 상상할 수 없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이 작동해, 미탈리포프 박사팀이 주장하는 대로 배아 유전체가 교정됐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러베-배지 박사는 다만 미탈리포프 박사팀 연구는 매우 중요한 것이므로 학계가 더 많은 내용을 자세하게 알 필요가 있어 설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과학잡지 사이언스는 전했다.

이에 대해 미탈리포프 박사는 성명을 내어 수 주 내에 공식적인 동료심사 논문의 형식으로 각종 비평과 의문에 조목조목 답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choib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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