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강제 다이어트' 역효과…살충제 수치 오히려 높아져

입력 2017-09-05 07:48   수정 2017-09-05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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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 '강제 다이어트' 역효과…살충제 수치 오히려 높아져

충북 농장 첫 적발 때 비펜트린 0.0627㎎/㎏, 재검땐 0.0879㎎/㎏

일반 농장 재검 통과…다이어트 농장들 계란 부족해 검사 못 받아



(전국종합=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산란계 농장들이 닭 체내에 함유된 독성을 조기 배출하기 위해 먹이를 대폭 줄이는 '다이어트' 요법을 썼으나 낭패를 보고 있다.

닭이 모이를 제대로 먹지 못하다 보니 계란을 낳지 않아 재검사를 받지 못하는가 하면 일부 농장에서는 계란의 살충제 수치가 되레 높아져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 처음 알려져 전국을 뒤흔들었던 '살충제 계란'이 점차 수그러들고 있는 것과는 달리 논란을 조기 종식하기 위해 '충격 요법'을 쓴 이 농장들은 역효과를 보고 있는 셈이 됐다.

기준치를 웃도는 양의 성분이 검출되면서 출하를 중단했던 전국 52개 산란계 농장 중 지난 3일 기준 33개 농장이 허가를 받아 계란 유통을 재개하면서 살충제 계란 파문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

계란 출하를 위해 살충제 성분 검사를 요청, 대기 중인 농장도 있다.

그러나 체내에 쌓인 살충제 성분을 서둘러 배출시키겠다며 '닭 다이어트'에 나선 농장들은 오히려 상황이 나빠졌다.

사흘에 한 끼의 사료만 먹이는 극단적 방식인데 영양을 충분히 섭취하지 못한 닭들은 정상적으로 알을 낳지 못한다. 사흘간 40개씩의 계란이 있어야 축산 당국에 살충제 성분 검사를 요청할 수 있는데 굶주리다 보니 이 기준도 맞추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에서 살충제를 썼다가 적발된 농장은 18곳이다. 이들 농장 중 평상시처럼 사료를 준 7개 농장은 이미 적합 판정을 받아 계란을 유통 중이다.

닭 다이어트에 나선 농장은 11곳이다. 이들 중 살충제 성분 검사를 통과한 농장은 2곳뿐이고, 나머지 9개 농장은 여전히 닭 다이어트를 시도하고 있다.


충남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10개 농장 중 9곳은 평소처럼 사료를 주면서 계란을 생산, 유통 적합 판정을 받았다.

반면 닭 다이어트에 나선 나머지 1개 농장은 계란이 제대로 생산되지 않아 살충제 성분 검사를 요청하지 못하고 있다.

전남에서는 7개 농장 중 5곳이 살충제 검사를 통과했고 나머지 2곳이 여전히 닭 다이어트 중이다.

닭 다이어트에 나섰는데도 지난달 중순 전국 전수조사 때보다는 더 많은 양의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곳도 있다.

13만5천마리의 닭을 키우는 충북 음성의 한 산란계 농장은 지난달 중순 전수조사 때 비펜트린 0.0627㎎/㎏ 검출되자 같은 달 19일부터 닭 다이어트에 나섰다.

하루 10만개씩 생산되는 계란을 처분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사룟값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 40개를 대상으로 지난 21일 살충제 검사를 했더니 첫 적발 때보다 더 높은 0.0879㎎/㎏이 검출됐다.


이 농장은 당초 2주일가량 닭 다이어트를 하다가 계란 성분 검사를 받을 계획이었으나 기간을 보름가량 더 연장했다.

닭 다이어트를 하다가 적합 판정을 받은 농장 중에서도 계란을 유통하지 않은 채 다이어트를 이어가는 곳이 있다.

하루 1번씩 3일 연속 치러진 검사를 통과, 계란 유통을 허가받았더라도 2주일 후 다시 같은 방식으로 시행되는 검사 때 살충제 잔류 허용 기준치를 넘어설 경우 처음부터 다시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에 신중한 것이다.

한 축산 전문가는 "다이어트를 시키면 닭 사육비를 절감할 수는 있겠지만, 체내에 쌓인 유해한 살충제 성분이 더 빨리 빠지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살충제를 언제 뿌렸는지가 중요하다"며 "살충제 성분이 소멸할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k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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