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범행경위 등 고려할 때 처벌 무겁다"…'벌금 50만원' 1심 파기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2015년 12월 발표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반발해 주한 일본 대사관에서 점거 농성을 벌였다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던 대학생들에게 법원이 항소심에서 사실상 유죄 판결이 없었던 것과 같은 '선고유예'로 선처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8부(김성대 부장판사)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주거침입) 혐의로 1심에서 벌금 50만 원을 받았던 대학생 김모(21·여)씨와 신모(22·여)씨에게 1심을 깨고 벌금형의 선고를 유예했다고 5일 밝혔다.
선고유예는 범죄 정황이 경미한 자에게 일정 기간 형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선고를 면해주는 면소(免訴) 처분을 받았다고 간주하는 것이다. 1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자격정지 또는 벌금형에 해당하는 경우 선고유예를 할 수 있다.
시민사회단체 '평화나비 네트워크' 소속인 김씨와 신씨는 2015년 12월 31일 오전 11시 45분께 서울 종로구 일본 대사관·영사관 건물에 무단 진입한 혐의로 벌금형에 약식 기소됐다.
이들은 건물 8층 영사관 출입문에 '한·일 위안부 협상 전면 무효', '굴욕외교 중단하라'는 내용의 선언문을 붙이고 다른 회원들과 2층에 집결해 복도를 점거한 것으로 조사됐다.
회원들은 당시 건물 2층에서 '대한민국 국민은 한일협상 거부한다' 등 손 피켓을 펼쳐 든 채 '매국협상 폐기하라', '한일협상 폐기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1시간가량 나가지 않았다.
김씨와 신씨는 약식기소 처분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아울러 "일반인의 출입이 허용되는 곳에서 표현의 자유 허용 한도 내의 행동이었고,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아 정당행위였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해 12월 28일 외교부가 '한·일 외교장관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발표한 내용에 반발해 범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부는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 재단을 세우는 등의 해결책을 발표했지만, 피해자 의사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1심은 "두 사람의 행동 수단이나 방법이 상당(타당)하다고 보이지 않고,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볼 수도 없다"며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2심은 1심과 마찬가지로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범행을 하게 된 경위, 피고인들이 대학생이고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원심 처벌 형량이 무거워 부당하다"며 선고를 유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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