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처음 만들어져…北위협 증대로 2001년·2012년 개정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리 군의 탄두 중량 제한을 없애기로 함에 따라 한미 미사일 지침은 5년 만에 재개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 미사일 지침은 우리 정부가 일정한 성능 이상의 미사일을 보유하지 않겠다고 대외적으로 약속한 일종의 미사일 정책 선언이다.
지침이 처음 만들어진 것은 박정희 정부 말기인 1979년이다. 당시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미사일 기술을 이전받고자 지침을 만드는 데 합의했다.
노재현 당시 국방부 장관과 존 위컴 당시 주한미군 사령관의 서신 교환으로 구체화한 한미 미사일 지침은 한국의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180㎞로, 탄두 중량을 500㎏으로 제한했다.
한국의 탄도미사일 기술에 한계를 설정한 것은 동북아시아 지역의 군비 경쟁을 우려한 미국의 전략적 판단 때문이었다.
1970년대 한국 최초의 지대지 탄도미사일 '백곰' 개발 과정에서도 미국은 집요하게 사거리 등의 제한을 요구했다.
그러나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점증함에 따라 한미 미사일 지침도 한국의 탄도미사일 개발에 대한 제한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몇 차례 개정을 거쳤다.
첫 번째 개정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년 이뤄졌다. 1998년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용이라고 주장한 장거리 로켓 첫 발사가 계기가 됐다.
이 개정으로 우리 군 탄도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300㎞로 늘어났다. 탄두 중량은 500㎏으로 유지됐지만, '트레이드 오프'(trade-off) 규정을 둬 사거리를 줄이면 탄두 중량을 늘릴 수 있도록 했다.
한미 양국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2차 개정 협상에 나섰고 2012년 4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로 협상은 급진전했다.
같은 해 10월 지침 개정으로 우리 군은 탄도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를 800㎞로 늘렸다. 탄두 중량 제한은 그대로 뒀지만, 트레이드 오프 규정에 따라 사거리 500㎞와 300㎞의 미사일은 각각 1t, 2t의 탄두를 탑재할 수 있게 됐다.
한미 미사일 지침은 점진적으로 완화됐지만, 북한이 급속히 발전하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과시할 때마다 한국의 '미사일 주권'을 제약하는 굴레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에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합의로 탄두 중량 제한을 없애기로 함에 따라 미사일 주권을 어느 정도 회복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 미사일 지침은 군사비밀로 분류돼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는다. 한미 양국의 합의로 정해지지만, 형식상 한국 정부의 정책 선언이기 때문에 국회 비준이나 동의도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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