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자유를 찾아 고향인 아프가니스탄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스웨덴으로 망명을 떠났던 106세 할머니가 난민 신청이 거부돼 추방 위기에 몰렸다고 AP통신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올해 106세가 된 비비할 우즈베키 할머니는 지난 라마단 기간에 스웨덴 당국으로부터 망명 신청이 거부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가족들은 앞을 보지 못하는 중증 장애인이고 말도 거의 하지 못하는 할머니가 망명 신청이 거부됐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했고, 심각한 뇌졸중도 겪었다고 전했다.
자유를 찾아 험난한 망명길에 올랐던 할머니의 이야기는 지난 2015년 처음 알려졌다.
할머니와 일가친척 17명은 아프간 내전과 가난을 피해 유럽으로 도피 길에 올랐고,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는 67세 아들과 19세 손자의 등에 업혀 20일 동안 산맥과 사막, 강을 건넌 끝에 2015년 10월 크로아티아 오파토바츠 난민캠프에 도착했다.
할머니와 가족은 이후 '유럽의 난민 천국'으로 불리는 스웨덴으로 들어가 곧 망명을 신청했으나 스웨덴 이민국은 "고령이라는 사유만으로 망명을 허용할 수는 없다"며 신청을 기각했다.
할머니의 가족은 재심을 신청했고 재심은 3차례까지만 허용되지만 할머니의 망명신청이 받아들여질지는 미지수다.
스웨덴은 무상 교육과 의료시스템 등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 출신 난민들에게는 매력적인 정착지로 꼽힌다.
스웨덴은 지난 2015년 망명 신청자만 16만 명에 달하는 등 유럽에서 1인당 난민 수가 가장 많은 국가로 기록됐다.
하지만 최근 스웨덴이 난민 수용과 이민 규정을 강화하면서 이 할머니와 유사한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특히 스웨덴은 지난해 12월 아프간의 치안 상황을 재평가하면서 현지 일부 지역은 상대적으로 덜 위험하다고 판단했고, 이런 판단은 망명이 거부된 아프간 난민들을 본국으로 더 쉽게 돌려보내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 2월엔 난민 신청이 거부된 아프간 청소년 난민 7명이 연이어 자살을 시도했고, 이 중 3명은 결국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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