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말 현재 623조 원, 2016년 日 국가세수는 550조 원
애플만도 295조 원, "도요타은행" 별칭 도요타차 160조 원 압도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아마존과 페이스북, 구글의 지주회사인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이른바 미국의 IT(정보기술) 5대 공룡기업의 사내 유보금이 2016년 일본의 국가세수 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5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따르면 이들 5대 기업의 6월 말 현재 유보금은 5천601억 달러(약 623조3천417억 원)으로 일본의 2016년 국가 세수 55조 엔(약 550조 원)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5대 공룡기업 중 애플의 유보금만해도 2천615억 달러(약 295조7천303억 원)에 달해 '도요타은행'으로 불릴 정도로 사내 유보금이 많기로 유명한 도요타자동차의 16조 엔(약 160조 원) 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거대 기업들이 이처럼 엄청난 유보금을 쌓아 놓고 있는 것은 인터넷 관련 사업이 자본집약형이어서 언제든 바로 쓸 수 있는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같은 기술혁신에 의한 '4차 산업혁명'속에서 다음 투자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IT 대기업들은 과점에 따른 독점금지법 위험에도 대비해야 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6월 구글에 대해 쇼핑검색에서 공정한 경쟁을 방해한 혐의로 24억2천만 유로(약 3조2천552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들 IT기업이 견인하는 형태로 미국 기업 전체의 사내 유보금도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미국 기업의 현금과 예금, 유가증권, 대여금 등 환금성이 높은 광의의 사내 유보금은 2010년 이후 50% 증가한 2조8천억 달러에 달했다. 이에 비해 일본기업의 유보금은 10% 정도 증가한 1조9천억 달러에 그쳤다.
일본 기업의 유보금 증가율이 미국에 비해 크게 낮은 것은 외국기업 인수·합병(M&A)에 상당한 자금을 썼기 때문이다. 유럽기업의 유보금은 2조1천억 달러로 큰 변화가 없었다.
금융업을 제외한 세계 상장기업 전체로는 2017년에 12조 달러(약 1경3천570조 원)에 달했다. 이는 3월 말 기준 세계 각국의 외환보유액 11조 달러 보다 많은 것이다.
기업이 '잉여자금'을 보유하게 된데는 세계가 이전 아시아 지역에서와 같은 성장 견인차가 없어 투자기회를 찾지 못한 것도 한가지 이유로 꼽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이 잇따라 실시한 금융완화 정책도 기여했다.
자금이 기업에 고이는 현상은 부(富)가 모든 계층으로 확산하는 '트리클 다운'이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투자가들로서는 부를 계속 늘리고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게 합리적이라고 할 수 있다. 미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와 나스닥 지수가 모두 사상 최고권에 머물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때문이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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