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연체이자율 높아 연체자 재기 막는다"

입력 2017-09-05 14:00   수정 2017-09-05 16:09

"한국 연체이자율 높아 연체자 재기 막는다"

은행, 손실 보전 넘어서는 이익 챙겨…연체이자 산정체계 개편 필요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한국의 연체이자율이 선진국에 비해 높아 연체 채권자가 다시 정상적으로 채무를 이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영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5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가계부채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금융회사의 바람직한 역할 모색 방안' 세미나에서 발제자로 나서 이같이 밝혔다.

현재 국내 은행권에서는 기한이익상실(2회 이상 상환을 연체해 만기 전에 대출금을 회수하는 것) 시 연체이자율이 약정이자율보다 6∼8%포인트 높다.

이는 부도이자율이 약정이자율보다 3∼6%포인트 높은 미국이나 0∼2%포인트 높은 영국, 3%포인트가 더 붙는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보다 높은 것이다.

기한이익이 존속한 상태에서 미납 상환액에만 붙는 지연 수수료도 한국은 약정이자율보다 5∼7%포인트 더 붙어 미국(약정이자율+3∼6%포인트), 영국(약정이자율+0∼2%포인트), 호주(약정이자율+2∼5%포인트) 등보다 높다.

김 연구위원은 "국내 연체이자율 수준이 다수 선진국, 국내 정책 모기지 사례와 비교할 때 다소 높은 편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채권이 부도가 났을 때 채권자인 은행은 손실 보전을 뛰어넘는 수준의 과도한 이익을 얻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체가 발생했을 때 채권은행은 미납 채무액에 대한 자금 조달 비용, 사후적인 부도채권 관리비 일부 등 손실을 보게 되는데, 이 수준은 현재 1%대 중반인 CD금리나 코픽스 금리에 최대 3%포인트가 더 붙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특히 높은 연체이자율은 채무자의 부담을 높여 연체 차주의 재기를 어렵게 만든다고 김 연구위원은 지적했다.

그는 "현재 가계대출 지연 배상금 산정·부과체계는 약정금리보다 훨씬 높은 연체이자 수준으로 연체 기간 중 채무부담이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연체 차주의 채무 정상화와 재기가 어렵고 금융소비자 보호에도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분석했다.

연체이자율이 낮아지면 채무자가 대출금을 갚지 않는 전략적 채무 불이행을 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김 연구위원은 그 가능성이 작다고 봤다.

연체 이후 채무자의 신용등급이 크게 하락하고 금융기관이 담보권을 실행하면 주택을 상실할 위험, 자산 손실 가능성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채무자의 지출이 감소하는 등 재무적·경제적 곤경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김 연구위원은 "부도 시 초과수익에 대한 채권자의 유인이 있는지, 연체 채무자의 채무 정상화 유인을 제공하는지, 채권은행의 수익성·건전성에 대한 영향, 전략적 채무 불이행 여지를 함께 검토해 연체이자 산정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근본적·장기적으로는 신용시장 내 채권자 간 경쟁 활성화로 연체이자가 결정될 수 있도록 유도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현재 비용, 이자, 원금 순으로 변제가 이뤄지지만 원금을 우선 변제할 수 있다면 연체자의 채무 경감과 재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porqu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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