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장악 저지' 명분으로 강력한 대여 장외투쟁 주도
야성 일깨우고 강한 야당대표 이미지 부각…소속 의원 장악 효과도
보이콧 장기화시 역풍…복귀시점 놓고 원내지도부와 엇박자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정기국회 보이콧을 주도하며 대표 취임 2개월 만에 '초강공 모드'로 선회했다.
당초 연말까지 문재인 정부의 잘못을 지켜보며 축적해 놓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급선회해 대여 투쟁의 시기를 3개월여 앞당긴 것이다.
다만 정기국회 보이콧이 장기화하는 경우 역풍이 불 수도 있어 홍 대표에게 양날의 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홍 대표는 지난 1일 MBC 김장겸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직후 대여 강경투쟁을 선언하고 최일선에서 투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홍 대표는 체포영장 발부 당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주재한 데 이어 2일 의원총회에 직접 참석해 정기국회를 보이콧하기로 결정했다.
원외 당 대표인 홍 대표가 의원총회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홍 대표는 이후 열린 의총에도 모두 참석했다.
특히 일부 의원은 의총에서 장외투쟁에 대한 회의론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홍 대표는 당내 온건론을 누르고 강공 모드를 택했다.
홍 대표는 5일 열린 의총에서도 "12년 전 당이 장외투쟁으로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 잡았다. 우리가 단일대오로 뭉쳐 이 나라가 파멸의 길로 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일각에서 원내투쟁이 옳지 않냐고 하는데 원내투쟁을 해본들 들러리가 된다"며 장외투쟁에 힘을 실었다.
이처럼 홍 대표가 초강경 모드를 고수하고 있는 데는 기본적으로 이번 김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가 언론장악 기도의 첫 출발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문재인 정부가 언론을 장악하면 한국당 입장에서는 대국민 여론전에서 밀리고, 결국 지지율 회복도 요원해질 수 있는 만큼 필사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게 홍 대표의 판단이다.
그러나 방송장악 기도 저지라는 명목상의 대의명분 외에도 다양한 의도가 내포돼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당 내적으로는 정권을 빼앗긴 지 4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야당으로서 체질 전환을 이루지 못한 한국당 의원들에게 '야성'(野性)을 심어주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실제로 홍 대표는 당 대표 취임 이후 "한국당에 전사가 없다"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해 왔다.
또 홍 대표 개인적으로는 원외 당 대표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고 소속 의원들에 대한 장악력을 높일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당 외적으로는 홍 대표가 문재인 정부와 정면대결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강한 야당 대표로서의 존재감을 부각하는 계기로 삼으려는 것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면서 제1야당 대표로서 문재인 대통령과의 1:1 대결 구도를 구축하려한다는 논리다.
실제로 홍 대표 취임 이후 당 안팎에서 대여 투쟁의 강도가 약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작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홍 대표의 강공 모드가 양날의 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잘만 하면 보수 진영의 지지를 결집하는 효과도 있겠지만, 보이콧이 장기화하고 대중적 지지와 명분을 얻지 못하는 경우 안보위기 상황에서도 국정을 외면한다는 민심의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홍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문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기간인 6∼7일 장외투쟁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문 대통령 귀국 이후 장외투쟁을 재개하겠다고 밝혔지만, 일단은 '완급 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 보이콧으로 당내 핵심 현안인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등의 인적혁신 작업이 '용두사미'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실제로 당 혁신위는 당초 이번 주 중에 인적청산에 대한 결론을 낼 계획이었지만, 정국현안에 밀려 최종 결론 도출을 다음 주로 미뤄놓은 상태다.
여기에다 당내 의원들 사이에서 원내로 들어와 투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아 향후 원내 복귀 시점을 놓고 원내 지도부와 불협화음을 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jesus786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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