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ILO 협약 비준 위한 여건, 서울시가 적극 마련"
라이더 총장-박 시장 공동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가이 라이더 국제노동기구(ILO) 사무총장이 2015년 이후 중단된 한국 노사정의 대화 재개를 촉구했다.
라이더 총장은 5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국 노사정의 대화 재개를 강력히 촉구했다"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일자리 창출 문제 등에 대한 해결책을 노사정 대화로 찾는 일이 한국에 뿌리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4일 한국을 찾은 라이더 총장은 방한 첫날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문성현 노사정위원장 등과 함께 만났다.
고용부 장관과 노동계 대표, 노사정위원장, 사용자 측 대표 등 이른바 노사정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2년 만이었다.
라이더 총장은 "한국이 ILO 핵심협약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에 관한 협약(87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 적용에 관한 협약(98호)만 비준해도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협약 비준을 촉구하기도 했다.
ILO 회원국인 한국 정부는 ILO 핵심협약 87호·98호와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29호), 강제노동 폐지에 관한 협약(105호) 등 4개를 비준하지 않고 있다.
이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가 ILO 핵심협약인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을 도시 차원에서 먼저 실현하고 싶다"며 "국가 차원의 비준을 위한 제반 여건을 서울시가 마련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결사의 자유가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이들은 특수고용직을 비롯한 비정규직, 청년 실업자 등 약자"라며 "고용불안을 해소하고, 노동권을 지키기 위한 단결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대한민국이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사회적 여건을 조성하는 데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며 "법 개정을 비롯한 실천 방안을 중앙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또 "일자리의 양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질을 높이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가치 실현, 여유와 쉼이 있는 노동 보장을 통해 일자리 질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ILO가 주창해 온 좋은 일자리(decent work)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위와 품격이 보장된 일자리가 아닐까 한다"며 "대한민국의 노동 현실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덧붙였다.
라이더 총장은 해외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의 인권 문제에 대해선 "북한은 유엔 회원국이지만 ILO 회원국은 아니다 보니 ILO가 취할 수 있는 조치에 제한이 있다"며 "북한 노동자가 파견돼 일하는 국가가 ILO 회원국이라면 조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북한 노동자가 파견된 폴란드의 경우 노조 측에서 강제노동 문제를 제기해 ILO가 폴란드 당국과 함께 조사를 진행했다고 라이더 총장은 설명했다.
전교조·전공도 합법화에 대해선 "두 노조가 합법 노조가 될 수 있게 해달라고 꾸준히 요구해왔다"고 밝혔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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