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바닥 갈라지고 수확 앞둔 벼 낱알 안 맺혀…농업용수도 고갈
(울산 =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다음 달이면 수확을 해야 하는데 비가 하도 안 와서 벼가 다 말라버렸어. 올해는 아주 흉년이야."
5일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 상작마을에서 벼농사를 짓는 이성로(79)씨는 바싹 마른 논을 보며 한숨만 쉬었다.
가뭄 탓에 벼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낱알이 영글지 않아 올해 농사를 망치게 생겼기 때문이다.
예년 같았으면 낱알이 굵어지면서 노랗게 변한 벼가 고개를 숙이고 있어야 할 시기이지만, 상작마을의 벼들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해 아직도 새파랗기만 하다.
여름내 충분한 비가 오지 않으면서 대부분의 논이 말라붙어 땅은 거북이 등처럼 쩍쩍 갈라졌다.
아랫동네 하천에서 펌프로 물을 끌어오고 있지만 모든 논을 촉촉이 적시기엔 역부족이다.
농부의 애타는 마음을 알 리 없는 야속한 메뚜기들만 물이 없는 논을 제집처럼 뛰어다니고 있었다.
이씨는 "원래 10월 초에 수확을 하는데 지금 벼 낱알이 아예 생기지도 않았다"면서 "이제 비가 온다고 해도 수확 시기까지 벼가 제대로 자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탄식했다.
그는 "평생 농사를 지으면서 이런 가뭄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같은 마을 노완수(61)씨의 논은 상황이 더 심각했다.
물이 없어 마를 대로 마른 논은 잿빛으로 변했고, 갈라진 틈 사이로는 손이 반쯤 들어갈 정도다.
노씨는 "벼의 낱알이 맺힐 때가 물이 가장 많이 필요한 시기인데, 최근 가뭄 탓에 제대로 물을 공급하지 못했다"면서 "이제 비가 내린다고 해도 이미 벼는 다 말라버렸고 수확도 못 하게 됐다"고 말했다.
상작마을뿐 아니라 삼동면 전체가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으로 벼농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에는 양수기로도 모자라 레미콘 차량까지 동원해 물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울산기상대 기준 누적 강수량은 417.6㎜로 평년(1천22㎜)과 비교하면 41% 수준에 머물렀다. 전국에서는 경남 밀양 다음으로 비가 적게 내렸다.
삼동면의 올해 강수량은 437㎜로 울산기상대 기준 강수량보다는 약간 많지만, 벼가 한창 성장해야 할 8월 한 달간 불과 81.5㎜의 비가 내렸다.
현재 울산시와 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저수지의 저수율은 30% 정도다. 그러나 삼동면 주변 하천과 저수지는 대부분 말라붙어 이곳에서 물을 끌어오기도 힘든 상황이다.
울주군 관계자는 "원래 가뭄이 더 심각했던 울주군의 다른 지역은 7∼8월 비가 내리면서 어느 정도 해갈이 된 상황"이라며 "그러나 삼동면의 경우 8월에 다른 지역보다 현저히 비가 적게 오면서 갑자기 농업용수 부족 현상이 심각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면사무소를 통해 양수기를 지원하는 등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주변에 다른 취수원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yongt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