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에 문제 있다…나랏일에 관심 가지라"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취임 이후 언론과 껄끄러운 관계였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소통 문제를 지적하는 기자에게 "언론이 자기들의 문제에만 골몰한다"며 '발끈'했다.
5일(현지시간) 르피가로 등 프랑스 언론들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 새 학기 시작을 맞아 동부지방 포르박의 한 초등학교를 방문했다.
동행 취재하던 프랑스 2 방송의 한 기자가 언론 홍보를 지나치게 통제하는 것 아니냐고 질문하자 마크롱은 "나는 기자들에게 관심이 없다. 나는 국민에게만 관심이 있다. (언론이) 이런 점을 알아야 한다"며 언성을 높였다.
마크롱은 이어 "(언론에) 어떻게 말하는 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정책을) 설명하고 행동해야 한다. 당신은 5분간 내게 말했지만, 프랑스에 대해서는 아무 얘기도 안 하고 커뮤니케이션 문제만 말했다"며 쏘아붙였다.
그는 기자들이 소통방식에 대해 질문하기보다는 신학기를 맞아 학교로 돌아온 1천200만 명의 학생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기자들에게 문제가 있다. 나라에는 관심이 없고 온통 자기들의 관심사에만 골몰한다"고 비난했다.
마크롱이 기자의 질문에 이처럼 발끈한 것은 집권 후 언론과의 관계가 매끄럽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대통령실인 엘리제 궁은 새 정부 출범 직후 아프리카 말리의 프랑스군 기지 동행취재와 관련, 언론사들에 국방 전문 기자를 선별해 보내달라고 요구해 엘레제 궁 출입기자들이 집단반발하는 등 마찰을 빚었다.
지난 6월엔 '집권 공신'이었던 프랑수아 바이루 법무장관이 자신에게 불리한 보도를 하려는 공영방송 간부에게 전화해 '법적 조치'를 경고하자 언론사 기자협회들이 공동성명을 내고 "새 정부가 언론의 독립성을 흔들고 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마크롱은 또한 지난달 대혁명 기념일(7월 14일)에는 그동안의 전통을 깨고 공동언론 인터뷰를 보이콧, 소통 노력을 소홀히 한다는 비판을 샀다.
그러나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자 엘리제 궁은 중견 언론인을 공석이었던 대통령실 대변인에 앉히고, 월 2회 라디오에 출연해 소통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히는 등 대국민 홍보채널을 강화하고 있다.
마크롱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일방통행 리더십', '소통 부족' 등의 논란에 휩싸여 취임 넉 달 만에 30% 선으로 폭락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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