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르몽드 탐사보도…"英 법인들 통해 돈세탁"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중앙아시아 석유 부국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일가가 유럽에서 거액 비자금을 굴리고 이중 일부를 유럽 정치인 등에게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영국 가디언과 프랑스 르몽드는 5일(현지시간) 탐사보도 프로젝트 기사에서 아제르바이잔계 비자금과 그 출처를 파헤쳤다.
가디언 등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출처가 불분명한 아제르바이잔계 자금 25억유로(약 3조4천억원)가 영국에 등록된 법인들을 통해 돈세탁을 거쳐 운영됐다면서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 일가와 관련성을 보여주는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 등은 이 자금을 '아제르 세탁기'라는 별명을 붙였다.
이 자금의 일부가 국제사회에서 아제르바이잔을 향한 비판을 누그러뜨릴 목적으로 유럽 각국의 정치인과 언론인들에게 쓰인 정황이 포착됐다고 가디언 등은 보도했다.
실제로 비자금 로비 효과로 2013년 유럽의 인권·법치 수호기구인 유럽평의회(CoE)에서 아제르바이잔을 비판하는 보고서 채택이 표결로 무산됐다고 가디언은 분석했다.
이번 탐사보도에 앞서 덴마크 언론은 유럽 주요 은행인 단스케은행 에스토니아 지점을 통해 돈세탁이 이뤄졌고 자금 일부가 유럽평의회 의원에게 흘러갔다고 폭로했다.
가디언과 르몽드는 이 자금을 포함해 25억유로가 영국에 등록된 회사들을 통해 운영된 알리예프 일가의 비자금으로 보인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유럽평의회는 독립적인 전문가에게 의뢰해 조사에 착수했다.
아제르바이잔 측은 알리예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 조성과 로비 의혹이 편파적이고 근거 없는 도발이라고 반박했다.
알리예프 대통령 보좌역인 알리 하사노프는 AFP통신에 "그 기사는 아제르바이잔을 음해하는 시도"라며 '숙적' 아르메니아가 그 배후라고 주장했다.
알리예프 대통령 일가의 비자금·역외자금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통령의 두 딸 레일라(32)와 아르주(28)는 조세회피처 재산 보유자 명단인 '파나마 페이퍼스'에도 등장하는 등 국제적 '유명인사'다.
1993년 쿠데타로 집권 헤이다르 알리예프 전 대통령의 아들인 알리예프 대통령(56)은 2003년 대선으로 집권했다.
2009년 개헌으로 3선 금지조항을 폐지해 장기집권 토대를 갖췄으며 작년 개헌에서 임기를 5년에서 7년으로 연장하고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했다.
올해 2월에는 아내 메흐리반(53)을 수석부통령에 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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