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미래를 짊어지고 싸운 신태용, 고독한 도전을 이겨냈다

입력 2017-09-06 06:31   수정 2017-09-06 08:06

한국축구 미래를 짊어지고 싸운 신태용, 고독한 도전을 이겨냈다

수척해진 얼굴…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하며 준비한 우즈베크전

'절반의 성공'으로 재신임…"이젠 러시아 월드컵이다"





(타슈켄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잘 주무셨나보네요."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은 우즈베키스탄전을 이틀 앞둔 3일(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보조경기장에서 팀 훈련에 앞서 취재진에게 농담을 던졌다.

빙그레 웃음을 띠며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는 능청스러운 모습은 여느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선수들 앞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신태용 감독은 훈련 중 선수들과 '꿀밤 때리기' 내기에 동참하는 등 앞에서 흥을 돋웠다.

권위와 무게감이 없다며 축구계 주류(主流)로부터 외면받아온 특유의 모습 그대로였다.

겉으로 보기엔 아무렇지 않았지만, 신태용 감독은 그 어느 때보다 심한 스트레스와 압박에 시달렸다.

단장역할을 맡은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신태용 감독은 우즈베키스탄에 입국한 뒤 볼살이 쪽 빠졌다. 상상 이상의 고통과 스트레스에 시달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 말리는 고난의 길은 신태용 감독 본인이 선택한 것이었다.

지난 7월 신태용 감독은 난파 직전인 축구대표팀 사령탑 자리를 제안받았을 때, 가족들은 결사적으로 반대했다.

가족들은 "아시아 최종예선 남은 두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본선진출에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자칫 실패할 경우 겉잡을 수 없는 후폭풍을 홀로 감당해야 한다"며 반대했지만 신 감독은 "지금 상황에선 내가 맡아야 한다"라며 독이 든 성배를 잡아들었다.

그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과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공격적인 자신의 색깔을 굽히지 않아 고집스러운 감독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국가대표팀에서는 자신의 자존심과 철학을 포기했다.

그는 공격 축구 대신 지지 않는 축구를 펼치겠다며 자신의 색깔을 지우고 대표팀에 투신했다.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신중하게 경기를 펼쳐야 한다'라는 생각에 매몰된 나머지 이란전에서 조심스럽게 경기를 펼치다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월드컵 본선진출을 확정할 기회가 날아가자 '신태용답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주장 김영권의 실언 논란까지 겹쳐 팀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신태용 감독은 인생 최대의 위기와 압박감 속에 우즈베키스탄전을 준비했다.

우즈베키스탄전은 한국축구와 신태용 감독의 지도자 인생이 걸린 경기였다.

5일 우즈베키스탄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최종전에서 패할 경우 본선 진출에 실패해 한국축구에 재앙이 찾아올 수 있었다.

신 감독 역시 자신이 쌓아온 명성을 한 번에 잃어버릴 수 있었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신태용 감독은 0-0 무승부의 '절반의 성공'을 끌어내며 러시아 월드컵 본선 티켓을 거머쥐었다.

신 감독은 경기 후 "사실 이란전을 준비하면서부터 심리적으로 힘들었다"라며 "대표팀을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내 철학을 완전히 입히지 못했지만,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서는 한국 축구가 얼마나 강한지 입증하겠다"고 말했다.=

cyc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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